경제·금융

‘세정 혁신’ 후퇴하나

기업의 손비 인정 축소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국세행정 혁신방안이 관계부처 협의과정에서 슬그머니 후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새 정부의 세정개혁이 용두사미로 끝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국세청은 얼마 전 룸살롱 단란주점 등 유흥업소 및 골프장 접대비용을 손비처리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세행정 혁신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관계부처 협의과정에서 경제현실 등을 이유로 이 같은 방침을 번복, 현행대로 손비로 인정해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새 정부의 세정 개혁방안이 졸속으로 나왔거나 아니면 개혁의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우선 애초 골프장 비용과 룸살롱 등 유흥업소 접대비를 같은 선상에 놓고 손비대상에서 제외시키기로 한 것부터가 문제였다. 같은 접대라 하더라도 유흥업소에서 뿌리는 돈과 골프장 비용은 건전성과 투명성 그리고 경제사회에 미치는 영향등에서 그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골프는 비즈니스맨들이 가장 선호하는 스포츠로 자리잡아가고 있고 골프장에서 지출되는 비용은 투명한 관리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탈세나 지하경제와는 무관하다. 그러나 룸살롱 단란주점 등 유흥업소에서 뿌리는 돈은 그렇지가 않다. 무엇보다도 유흥업소의 경우 탈세 개연성이 높아 지하경제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기업의 손비로 인정해 주어선 안 된다. 더구나 연간 수십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는 유흥업소 접대는 직간접적으로 기업부패와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건전한 사회풍토를 좀먹는 퇴폐향락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유흥업소 접대비를 손비로 인정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날로 번창하고 있는 퇴폐향락산업을 억제하고 건전한 접대문화 확립차원에서 유흥업소 접대비는 손비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 값비싼 유흥업소에서 흥청망청 뿌리는 돈을 기업의 비용으로 인정해 주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흥업소에서의 접대방식은 경제사회적으로 백해무익한 개발연대의 나쁜 유산이다. 유흥업소에서 탕진하는 물적 인적 자원의 절반만 절약해도 기업의 비용절감은 물론 퇴폐향락에 찌들어 가는 사회풍토도 크게 개선될 것이다. 골프장 접대비의 경우 현행처럼 손비인정을 하더라도 유흥업소 접대비는 손비 인정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당초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런 저런 사정을 감안하다 보면 개혁은 안 된다. 약간의 문제가 있더라도 옳은 방향이고 중장기적으로 실보다 득이 크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결단을 내려야 개혁은 성공한다. 세정 개혁은 새 정부 개혁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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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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