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미국시간)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연방기금 목표금리(FFTR)를 0.50%포인트 인하하는 한편 재할인율도 0.50%포인트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FOMC는 시장의 예상인 0.25%포인트를 뛰어넘는 대폭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한 근거로, 최근 발표되고 있는 경제 지표들이 악화되고 있는 데다 지정학적인 위험요인이 소비지출과 생산 및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을 들었다.
더 나아가 FOMC는 대폭적인 금리인하가 경제전반의 활력을 개선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등 앞으로 당분간은 금리인하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 중앙은행의 판단처럼 금리인하가 경제의 활력을 되살리고, 이번이 마지막 금리인하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또 주식시장도 지긋지긋한 침체국면에서 벗어나 다시 지난해 9.11 테러사태 이후처럼 상승추세로 돌아서기를 바라는 마음 굴뚝 같다.
그러나 이번 금리인하가 경제 및 주식시장의 앞날을 결정짓는 요인이 아니라는 것은 점점 더 분명해질 것 같다. 미 중앙은행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대폭의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은 그 만큼 사정이 다급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옳기 때문이다.
미국의 분석가들은 대폭적인 금리인하의 이유로 다음의 두 가지 요인을 들고 있다. 첫번째로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ISM, 소비자신뢰지수 등)의 부진으로 미국경제가 이중침체(Double-Dip)의 가능성이 높아져 이를 시급히 저지할 필요성을 강력히 느낀 데다, 두 번째로 과단성 있는 금리인하를 통해 향후 추가적인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의 논의를 차단하려 했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 중앙은행은 이번의 금리인하로 미국경제가 아주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한 셈이다. 물론 단기적으로 시장금리의 추가적인 상승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은 분명하며, 이는 현재 저금리에 힘입은 부동산시장의 호황을 유지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나, 중장기적으로는 큰 효과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실물경제의 침체 상황이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임을 FRB가 인정함으로써 기업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가 크게 약해졌으며, 미국 주식시장과 정책금리의 상관喚瘟?과거와 달리 크게 약화됐기 때문이다.
지난 70년대 이후 미국 정책금리와 주식시장의 관계를 살펴보면, 최근과 달리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난다. 70년 이후 단행된 7번의 금리인하 경험을 살펴보면, 금리인하가 단행된 초기에는 주식시장이 약세기조를 이어갔지만 3~6개월을 경과하면서 상승세로 돌아선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2001년 초부터 시작된 7번째 금리인하 국면은 이런 과거의 패턴과 반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의 하락추세는 지속되고 있으며, 금리를 급하게 내리면 내릴수록 주식시장의 하락 폭도 커졌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지난 90년대 후반의 과잉투자로 인해 설비투자의 여력이 없는 데다, 주식시장 붕괴에 따른 역자산 효과가 사회전반에 침투하는 데 있다.
엔론사태에서 본 것처럼 기업연금제도 부실화에 대한 우려는 소비자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높이는 한편, 가장 중요한 주식시장의 수요 기반인 연기금의 주식투자에 제동을 거는 결과를 가져왔다.
따라서 이번 금리인하로 인해 미국 주식시장과 경제가 속 시원한 상승추세를 보일 지의 여부는 불투명한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미국 주식시장이 보여주었던 강한 랠리에 대한 믿음의 상당부분을 이번의 대폭적인 금리인하가 빼앗아 가버렸다고도 볼 수 있다.
결국 이제부터는 기업실적보다는 경기지표의 호전 여부에 관심을 기울이는 한편, 좀더 보수적인 시각에서 주식시장에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홍춘욱 한화투자신탁운용 투자전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