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미국에서 흥행중이고 한국에서 8월 개봉 예정인 아동용 액션 영화 '라스트 에어벤더'는 아시아인이나 아메리칸 인디언으로 구성된 초능력 소년 4명이 주인공인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다. 하지만 이 영화의 4명 중 3명의 주인공역에 백인 배우가 기용되자 이곳에 사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단체들은 극장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할리우드는 무성영화 시대부터 유색인종 묘사에 백인을 써왔다. 펄 벅의 소설이 원작인 '대지'에서 중국인 시골 부부로 폴 뮤니와 루이즈 레이너가 나와 레이너는 오스카상까지 탔다. 왕년의 인기 탐정물 시리즈 '찰리 챈'과 '미스터 모토'의 주인공은 각기 중국인과 일본인인데도 챈 역은 스웨덴 태생의 워너 올랜드가, 모토 역은 독일 배우 피터 로레가 연기했다. 이들이 묘사한 동양인의 특징은 옆으로 찢어진 가느다란 눈과 콧수염이었다. 할리우드 사상 최악의 인종 왜곡 묘사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일본인으로 나온 미키 루니. 루니는 큰 뿔테 안경을 쓰고 뻐드렁니로 출연했다. 또 '정복자'에서는 존 웨인이 가는 콧수염을 한 칭기스칸으로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 '라스트 에어벤더'에서 할리우드의 고질이 재발하면서 아시아인들이 분통을 터뜨린 것이다. 아이러니한 점은 이 영화 감독이 유명한 인도계인 M. 나이트 샤말란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스튜디오에 고용된 일개 감독인 샤말란은 설사 주인공에 아시아인을 쓰고 싶었다 해도 속수무책이었을 것이다. 흥행을 위해서라면 할리우드에서는 백인이 아시아인을 연기하는 인종 표현은 물론 역사적 사실마저도 마음대로 바꿀수 있다. 편당 제작비가 5,000~6,000만 달러를 호가하는 요즘, 관객에게 낯선 아시아 배우보다 잘 알려진 배우를 써야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처럼 할리우드에 유색인종에 대한 '유리 천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점차 미국내 아시아 인구가 늘면서 영화와 TV에서 이들이 중요한 역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과거보다 훨씬 많아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한국계 배우들의 활동이 눈부시다. 현재 하와이에서 찍고 있는 TV시리즈 '하와이 5-0'의 두 주인공인 대니얼 대 김과 그레이스 박 그리고 존 조와 릭 윤 및 김윤진과 켄 정, 성 강, C.S. 리 등이 좋은 예다. 이들의 대선배는 도산의 아들 필립 안이다. 필립의 이름은 할리우드 명성의 거리에 별자리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