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정수도 대안으로 충청.전라.경상도 접경지역에 인구 100만명 규모의 대규모 거점도시를 세워야 한다는 의견이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연구소에서 제기돼 주목된다.
전경련 부설 한국경제연구원은 서울 중심의 일핵체제를 전국적 다핵체제로 전환하려는 정부의 현 균형발전 전략은 동시다발적 분산투자로, 수도권의 막강한 구심력을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같은 의견을 냈다.
한경연 허찬국 거시경제연구센터 소장은 17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된 제6회 한경연 라운드테이블 토론회에서 '신행정수도의 대안을 찾아서-진정한 국가발전을 위한 제언'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선택과 집중에 기초한 인구 100만명 규모의 거점도시 육성이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허 소장은 "현재 추진 중인 연기.공주지역의 신행정중심도시는 수도권과의 인접성 및 규모로 볼 때 수도권 과밀 해소, 균형발전 효과가 의문시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체적 대안으로 ▲충분한 규모의 강력한 거점도시 육성 ▲충청.전라.경상도 접경지역 중 거점도시 위치 선별 ▲수도권 규제의 전면적 혁신을 통한 수도권 국제 경쟁력 제고 등을 제안했다.
특히 허 소장은 "신 거점도시는 수도권-충청권간 연담화(도시끼리 맞붙는 현상)가능성을 감안할 때 현재 추진안대로라면 충청권이 수도권이라는 거대한 블랙홀안에 흡수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공주.연기보다 원거리가 바람직하며 지역갈등 극복의상징성 차원에서 충청.전라.경상도 접경지역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과 수도권으로의 집중 현상을 궁극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입지,규모, 삶의 질 측면에서 서울.수도권의 구심력에 대응할 수 있는 규모가 뒷받침돼야한다"며 "균형발전이 `제로섬'이 아닌 `포지티브 섬'이 되기 위해서는 수도권의 국제기능 강화도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재계가 행정수도 문제에 대해 `침묵'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재계를 대표하는 전경련의 부설 연구소에서 이같은 대안을 제시한 데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있다.
그러나 한경연측은 "대안 마련을 위한 아이디어 차원에서 개진한 것이며 재계 전체의 의견 수렴이 이뤄진 것은 아니다"라며 "향후 3개도 접경지역내 거점도시 육성에 대한 구체적 방안은 계속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주제발표 뒤 유장희 이화여대 부총장의 사회로 이어진 토론회에서 정부의 균형발전전략을 놓고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최막중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후속대책은 수도이전에 대한 찬반 양측간의 합리적 논의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할 것"이라고지적하고 "연기.공주 지역에만 집착하지 말고 광역적으로 대전-청주 도시네트워크관점에서 충청권의 발전을 도모해야 하며 몇 개의 부처를 옮길 것인가 보다는 어떠한 기능을 강화하고 추가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홍배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균형개발을 위한 정부의 도시개발 정책은 교육도시, 혁신도시, 과학도시, 기업 도시 등 너무 다양해 오히려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며 "지역의 특성을 무시한 일률적인 기능배분이나 자원배분으로는 균형발전을 이룰 수 없으며 시기에 있어서도 지나치게 서둘러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정희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지역균형발전연구단장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역에대한 자립기반 확충 대신 대규모 도시를 새로 건설하는 것이 국토균형발전 취지에맞는가"라며 반문한 뒤 "중앙부처의 공간적 이동이 지역분권, 국가발전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동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정책연구실장은 "국가균형발전전략은 단순한 분산투자정책이 아니라 지식.기술에 입각한 혁신주도형 성장을 위한 새로운 국가발전전략"이라며 "이미 연기.공주 지역은 전문가들의 충분한 검토를 거쳐 결정된 것으로 수도권에 대응하는 강력한 거점도시 육성은 또 다른 불균형 발전론의 연장일뿐이며 실현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비판했다.
박상규 신행정수도후속대책위원회 기획총괄팀장은 "거점도시의 충청.전라.경상접경 지역 건설 제안은 대규모 신도시를 지방에 건설하기만 하면 지역균형발전이 자동적으로 달성될 수 있다는 단순한 발상으로 실현성도 없다"고 지적했다.
염홍철 대전광역시장은 "행정수도 건설은 5년, 10년이 걸리더라도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 당초 정책목표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