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본격적 금융개혁은 이제부터

그러나 구조조정의 외형이 끝났을뿐 금융산업 소생을 위한 진정한 의미의 금융개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지난해말 미국의 뉴브리지_GE그룹에 매각된 제일은행과 HSBC에 매각된 서울은행 등 외국계은행이 우리의 낡은 금융관행을 본격적으로 깨는 회오리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제일은행을 팔때와 마찬가지로 서울은행의 경우도 너무 싼값에 팔았다는 비판이 없지는 않다. 제일은행을 팔때는 받지못한 지참금을 받는 등 다소 나은 조건이기는 하나 앞으로 추가로 들어가야할 공적자금까지 포함해 6조원을 쏟아부어 겨우 1조원에 파는 것은 밑지는 장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때 결코 손해보는 장사는 아닐 수도 있다. IMF와의 매각약속을 지키고 매각대금인 9억달러의 외화유입이 대외신인도향상에 기여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세계 최우량은행인 HSBC가 최첨단의 선진금융기법을 우리 금융계에 뿌리를 내려주기만 한다면 눈앞의 손실을 감내해도 괜찮은 수업료일 수 있다. HSBC 등 막강한 외국계은행의 등장으로 우리 은행들은 투명하고 수익성과 신용위주의 경영을 하지않을 수 없게됐다. 외국은행들이 돈장사의 기본원칙으로 삼고있는 경영원리를 외면하면 생존자체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은행 인사나 대출청탁 등을 통한 관치금융도 이제는 받을 붙이기 어려울 것이다. 외국은행들의 국내 도소매금융시장 잠식을 막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다보면 우리 은행들의 경쟁력도 대폭 강화될 것이란 희망도 갖게된다. 하지만 이런 일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와 국내은행들의 오랜 관행과 의식이 획기적으로 바뀌지않으면 안된다. 국내 은행들도 이미 이사회중심의 경영과 여신관행 선진화 등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는 있기는 하다. 최근 주총에서 은행장이 대거 물갈이 된 것은 새출발의 의지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부실채권과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영체질로 외국은행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욱 뼈를 깎는 경영개선노력을 해야 한다. 정부는 사실상 은행구조조정이 끝났다고 손을 놓아서는 안된다. 구조조정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은행의 부실요인을 근본적으로 줄여 금융산업의 자율기반을 조성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은행의 주인찾아주기를 마냥 미루기만 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서울은행의 경우 외국인에게는 70%의 지분을 허용하면서 내국인 지배주주의 출현을 허용치않는 것은 역차별이 분명하다. 재벌의 은행소유가 아직은 시기상조인 측면은 있으나 그렇다고 은행의 소유 및 지배구조개편을 위한 은행법개정을 지나치게 늦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금융개혁은 소유구조문제까지 해결해야 완결되었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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