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중소 변리사업계 “살아남자”

대부분 소규모 기업상대 특허로 혜택 적고<br>덤핑등 경쟁 치열해 ‘빈인빅 부익부’ 심화


올해 서울 강남에 변리사연수원 동기 3명과 특허 사무소를 낸 A 변리사는 최근 모 IT 벤처기업의 특허출원 수임료로 50만원을 제시했다. 통상 특허 수임료(150만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파격적인 가격을 내놓은 것. 비빌 언덕이 없는 신규 진입자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내놓을 수 있는 카드는 ‘가격 인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강북에 있는 B 합동 특허사무소는 10명이던 사무직원을 2명으로 대폭 줄였다. 사무실 유지 및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6명의 변리사들이 특허 출원 관련 제반 사무업무를 직접 처리키로 한 것이다. 2003년부터 신규 변리사 수가 2배(200명)로 늘어나 개업 숫자가 대폭 많아지면서 중소 변리사업계에 생존경쟁의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특허 출원건수가 20% 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이 같은 증가분은 상당 부분 대기업 특허이기 때문에 소규모 기업을 상대로 하는 중소 변리사업계는 이렇다 할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 김&장에서 일하다 5년전 개업한 백도현 변리사는 “대형 특허법인은 삼성전자 등 잘 나가는 대기업과 외국기업을 고객으로 두고 있어 꾸준한 성장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중소기업을 상대하는 소규모 개업 변리사는 2001년을 전후해 벤처 붐이 꺼지면서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특허법인은 업무제휴 및 꾸준한 신규 변리사 영입으로 덩치를 키우고 있는 반면 중소 사무소는 잇달아 점멸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신규 변리사 수가 2년전부터 두배로 늘면서 중소 변리사업계의 경쟁이 더욱 가열되고 있는 상황이다. 박성호 변리사는 “신규 변리사 200명 시대를 맞아 지난해부터 삼삼 오오 모여 개업하는 변호사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신규 진입자 사이에 덤핑을 포함한 치열한 마케팅 전쟁이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K 대형 특허사무소의 이모 변리사도 “최근 연수원 수료생들 중 상당 수는 기존 특허 사무소에 둥지를 트지 못해 어쩔 수 없이 개업을 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갈수록 영업환경이 각박해지자 사무 직원을 대폭 축소하거나 여러 변리사가 모여 공동으로 사무직원을 고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경쟁이 심하지 않았던 90년대 말까지만 해도 변리사들은 혼자서 많게는 20여명의 사무직원을 두고 일하기도 했다. 사무직원들이 출원시 필요한 제반 서류를 작성하고 변리사가 검토ㆍ수정했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비용절감을 위해 마케팅은 물론 출원서류 작성까지 모두 챙기는 ‘나홀로 변리사’가 증가하고 있다. 아울러 백화점식 영업에서 벗어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기계, 전자, 상표 등 각 분야의 전문 변리사들이 4~5명 모여 사무소를 운영하는 ‘전문화’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처럼 변리사업계가 변호사업계처럼 대형화, 전문화, 가격파괴 바람이 거세짐에 따라 기업 등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가 이전보다 좋아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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