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드레스덴 구상 이후 ] 시리즈 <하> 남북간 동질성 회복.. 지속적 문화 교류에 달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독일 드레스덴에서 통일을 위해서는 “남북 주민간 동질성 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밝힘에 따라 관련 세부 방안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남북간 문화 교류 확대를 통한 서로간의 이질감 극복이 방안으로 손꼽히지만 북한이 문화교류에 대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어 세밀한 접근과 정책적 일관성이 중요하다는 분석이다. 서울대 평화 통일연구원이 조사한 ‘2012 북한 이탈주민 의식조사결과’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이 친근하게 느끼는 국가로 중국(70.4%)을 1위로 꼽을 정도로 중국과 북한간의 유대감이 강한반면 우리나라는 24%에 그친 것 또한 남북간 동질성을 회복해야 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정세 따라 출렁대는 문화교류=분단 이후 최초의 남북 문화부문 교류 사업은 지난 1985년 ‘이산가족 고향방문단 및 예술공연단 교환 방문’이다. 남북간 사회문화 부문 협력 사업은 이후 1999년 민족통일음악회, 2000년 남북교향악단 합동연주회 등으로 확대됐으며, 지난 2005년 47건으로 횟수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6년에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며 남북관계를 긴장시켰지만 보름뒤 ‘6.15민족문학인협회’가 예정대로 출범하는 등 참여 정부 시절까지 남북간 문화 교류는 큰 틀에서 꾸준히 진행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통일국어 대사전’을 만들기 위한 남북공동편찬사업회의 경우 천안함 피격 사건이 일어난 2010년 이후 전면 중단되는 등 이명박 정부 이후 급 냉각된 상황이다.

실제 통일부 통계 자료에 따르면 남북간 사회문화 협력 사업은 지난 2005년 47건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어 2012년 이후에는 전무한 상황이다. 남북협력기금에서 사회문화교류협력 지원액 규모 또한 참여정부 시절 연평균 70억원 대에 달했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에는 38억원으로 절반 가량 줄었으며 2010년 이후에는 20억원대에 그치고 있다.


박영정 한국문화관광연구위원은 “남북간 문화교류 사업은 자체 내부 동력보다는 남북관계의 상황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남북관계가 경색되면 문화교류 사업도 침체될 수밖에 없는 것은 태생적 한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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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드레스덴 선언에서 제안한 ‘남북교류협력사무소’ 또한 최근의 남북 관계를 감안하면 실제 설치까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남북교류협력사무소는 박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에 “서울과 평양에 남북의 대표부 역할을 하는 교류협력사무소를 설치하겠다”고 밝힌 것을 구체화 한 것으로 남북에 각각 상주 대표부를 둬 상시 소통 채널을 구축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북한 노동신문이 지난 1일 “지금까지 남조선 당국은 각 계층의 북남 민간교류와 내왕을 사사건건 가로막았다”며 “이제와서 ‘공동번영’이니, ‘동질성 회복’이니 하고 여론을 오도하는 것이야말로 허위와 기만의 극치”라고 지적하는 등 북한의 동의를 끌어내기 쉽지 않은 모습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박 대통령은 독일에서 남북한 고위급 대화를 통한 신뢰구축과 정상회담에 대한 언급 없이 낮은 수준의 실무적 대화기구인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만을 제안했다”며 “교류협력사무소가 설치되면 낫긴 하겠지만 정치적 신뢰 구축이 이루어지는 데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관성 바탕으로 다양한 사업 추진해야=결국 남북간 문화교류 확대를 위해서는 정책적 일관성이 중요하다는분석이다. 실제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북한 관련 사업 종사자 및 전문가 101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정치군사적 상황에 따른 사업 단절’을 남북문화교류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은 이들이 가장 많았다. 한 대북 전문가는 “정권에 상관없이 매 정부가 일관성 있는 대북정책을 통해 북한에 꾸준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문화교류 사업이라는 것이 단박에 이뤄지지 않으므로 꾸준히 이어나가는 것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당국이 문화교류협력 사업을 적극 추진할 수 있도록 우리측이 적절한 유인동기를 통해 신중한 접근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 당국은 남북간 문화교류협력이 확대될 경우 남한에 대한 북한주민들의 동경이 높아져 개방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질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지금까지 남북문화교류 사업 중 남측단체가 주최한 사업은 180건으로 전체의 53.1%를 차지했지만 북한이 주최한 행사는 6.7%에 불과할 정도로 북측은 문화교류에 소극적인 상황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애니메이션의 경우 남북한 어린이가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적인 면으로 활용할 여지가 크다”며 “뽀로로와 같이 북한의 삼천리 회사가 참여해 남북 합작으로 제작한 경우도 있는 만큼 북한이 거부감이 낮은 이 분야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역사 문제와 관련해서는 남북이 매우 강한 동질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활용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해외여성토론회가 지난달 중국 심양에서 개최되는 등 일본과 관련된 역사문제에 대해서는 남북이 한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잦다. 가장 최근에 이뤄진 남북간 사회문화 협력 사업이 지난 2011년의 ‘개성 만월대지구 안전조사 및 복구?보존 조치’라는 것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 한다. 2001년 3월 김한길 당시 문화부장관이 방북 회담에 ‘문화 분야 교류 합의서’를 체결하고 문화부장관회담 정례화에 합의 했으나,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악의축’ 발언으로 논의가 백지화 된 사례에 비쳐보면 문화교류 사업 활성화를 위해 외교적 노력도 병행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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