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100대기업 매출감소 등 전반적으로 암울
美·中 등 대외불안 해소로 2분기엔 반등 가능성
운송·보험·IT가전·조선·호텔·레저·건설 매력
'클래스는 영원하다(Class is permanent)'
영국 프리미어리그 리버풀의 전 감독 빌 샹클리가 남긴 명언이다. 흔히 스포츠 경기에서 일시적인 부진을 겪고 있는 선수나 팀이 결국 자신의 진가를 발휘할 때 많이 인용되는 말이다. 기업의 실적과 주가의 관계도 이와 비슷한 점이 있다. 기본적인 자질이 뛰어난 선수가 여러 가지 이유로 일시적인 부진을 겪을 수 있듯이 기업도 펀더멘털이 좋다고 무조건 주가가 오르는 것은 아니다.
주가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많다. 국내 증시를 보더라도 북한발 리스크, 미국·유럽·중국·일본·신흥국 등 전 세계 주요국에서 전해지는 거시 경제 이슈들, 수급 등 다양한 변수가 영향을 미친다. 기업의 본질적 사업 성격과 실적에 상관없이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테마주 현상도 주식 시장의 복잡한 상관관계를 설명해주는 현상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수들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실적은 주가를 전망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다. 클래스(기업의 본질적 가치와 실적)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분기 기준으로 보면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1·4분기 실적이 가장 중요하다. 1·4분기 실적으로 한 해 실적을 유추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2월 결산법인들의 사업보고서 제출이 마무리되고, 1·4분기 실적 시즌이 다가오면서 실적에 대한 주가 민감도가 점점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1·4분기 최근 실적전망이 낮아지는 종목들이 많아 불안과 기대 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있다. 다만 전체적으로는 작년 4·4분기에 비해서는 올 1·4분기 실적이 양호할 것으로 전망한다. 실적 시즌에 맞춰 1·4분기 기업들의 실적 전망과 그에 따른 투자전략을 짚어본다.
오는 8일 삼성전자의 추정실적 발표를 시작으로 국내 기업들의 1·4분 '실적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시장전문가들은 1·4분기 실적 시즌에 대해 크게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해 4·4분기 국내 기업들이 사상 최악의 어닝쇼크를 기록한데다, 최근 들어 기업들의 실적 전망 추정치가 갈수록 하향 조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의 관점에서 보면 이처럼 낮은 기대치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실적우려로 주가가 힘을 받지 못하는 종목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실적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들에 대한 기대치가 더욱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대다수 전문가들이 1·4분기 실적 저점을 통과한 국내 기업들이 2·4분기에는 반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주식 투자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
◇낮아지는 1·4분기 실적 눈높이=1·4분기 실적 전망은 시간이 지날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코스피 전체 1·4분기 영업이익은 31조 3,000억원(1개월 컨센서스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는 3개월 컨센서스인 32조1,000억원에 비해서는 2.5% 떨어진 수치다.
업종별로 보면 건강관리, 증권, IT하드웨어, 비철금속, 디스플레이, 화장품 및 의류, 통신서비스, 화학, 에너지, 철강 등의 업종이 실적 전망 하향 조정폭이 컸다. 건강관리의 경우 3개월 컨센서스 기준 1·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1,276억원이었지만, 1개월 컨센서스 기준으로는 947억원으로 25.8%나 줄어들었다. 전년 동기의 1,953억원에 비해서는 절반 이상 줄어든 수치다. 또 증권 업종의 경우 실적 전망치가 2,435억원(3개월 컨센서스 기준)에서 1,860억원으로 23.6% 하락했다. 이외 같은 기간 IT하드웨어는 860억원에서 678억원으로 21.2% 줄었으며, 비철금속은 2,390억원에서 1,906억원으로 20.3%, 디스플레이는 1,023억원에서 855억원으로 16.5%, 화장품 및 의류는 5,780억원에서 4,907억원으로 15.1% 감소했다.
순이익 전망치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연초 이후 주간 실적 추정치 데이터가 모두 존재하는 코스피 184종목(시가총액 980조 8,000억원, 전체의 88.8%)의 1·4분기 순이익 예상치는 23조원으로 작년 말 예상치인 26조 2,000억원에 비해 12.0%나 줄어들었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예년과 달리 전체 이익의 약 40%를 차지하는 IT섹터의 이익 전망까지 악화되고 있다"며 "1·4분기 중 기업 실적 전망 하향 조정이 지난 2012년과 지난해보다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실적 추정치가 갈수록 하락하는 종목들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실제 작년 4·4분기 코스피200 기업들의 실적 전망 컨센서스와 확정치 간의 괴리율도 30.4%에 달해 투자자들이 주가 급락으로 큰 손해를 보기도 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우려가 반영돼 최근 실적 하향 조정세가 뚜렷한 화학·철강·은행 등의 업종은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2·4분기에 반등 기대, 실적 추정치 괴리 적은 업종 주목해야=전반적인 실적 전망은 어둡지만, 상대적으로 실적 선전이 기대되는 업종과 기업은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한 원인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글로벌 경기 회복 속도를 꼽고 있다. 하지만 1·4분기 글로벌 경기의 변수였던 미국의 기상 이변과 중국의 저성장 우려가 해소돼 2·4분기 이후에는 기업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4분기 실적 발표 때와 마찬가지로 실적 발표를 전후해 주가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지만, 실적 발표 이후에는 악재와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때문에 반등 시도가 뚜렷해질 것"이라며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치 보다 지나치게 낮지만 않으면 시간이 흐를수록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최근 유럽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 기업들의 유럽 수출 증가세가 3개월 연속 두 자리수를 기록하고 있고, 미국의 경기 회복세도 견조해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이대상 대신증권 연구원도 "이익이 하향조정되고 있더라도 그 예상된 이익에서 벗어나지 않는 수준의 실적을 기록한다면 주가는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며 "1개월 실적 전망 컨센서스와 3개월 컨센서스와의 차이가 크지 않는 업종들이 이런 실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운송·보험·IT가전·조선·호텔·레저·건설 등의 업종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운송 업종의 3개월 실적 전망 컨센서스는 2,216억원인 반면 1개월 컨센서스는 2,630억원으로 18.7% 상향 조정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12.4% 증가한 수치다. 또 보험 업종의 3개월 실적 추정치는 8,176억원이었지만 1개월 추정치는 9,056억원으로 10.8% 높아졌고, IT가전도 실적 상향 조정폭이 8.6%로 높은 편이다.
실적 추정치 상향 종목 대박 예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