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소프트웨어 업계 '인문계 반란'

NHN·삼성 등 인문·IT 융합 주목<br>비이공계 출신 개발자 채용 늘려<br>"지식·경험 더해져 놀라운 IT 등장"

지난 3월 개교한 NHN교육센터 넥스트에서 학생들이 수업이 끝난 후 함께 공부하고 있다. /사진제공=NHN

경제학을 전공한 이도진(24ㆍ가명)씨는 지난3월 대학을 휴학하고 창업을 준비하기 위해 NHN 넥스트에 입학했다. 그는 "프로그램 개발자를 찾는 일이 쉽지 않아 직접 소프트웨어 개발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비(非)전공자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개발자 동아리에 지원한 박수상(25ㆍ서울대 동물생명공학과)씨도 컴퓨터 공학의 기초도 몰랐지만 교육을 받기 시작한 지 두 달만에 직접 제작한 애플리케이션을 내놨다.


최근 소프트웨어(SW)업계에 인문계 바람이 불고 있다. 비전공자들이 접근하기 힘든 SW분야에 대한 비 이공계들의 도전이 잇따르고 있는 것. 대기업부터 프로그램 개발 동아리까지 인문학과 정보기술(IT)의 융합에 주목하고 있다.

NHN은 지난 3월 소프트웨어 전문 인력 교육기관인 '넥스트(NEXT)'를 개교했다. 소프트웨어 전문가 양성이 목적이지만 교육이념 중 하나가 인문학과 자연계의 결합이다. 실제 올해 신입생 86명 중 고졸 학생들을 제외하면 비 이공계 출신이 절반이 넘는다. NHN 넥스트소속 교사 조봉수씨는 "학생들의 개발실력보다는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선발 기준"이라며 "이 때문에 이공계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공학생들이 입학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넥스트 학생들은 2년간 6학기의 교육과정을 수료해야 한다. 졸업해도 학력을 인정받지 못하지만 벌써부터 여러 IT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다. NHN 넥스트 관계자는 "지난달 넥스트 학생들을 KT인턴십 프로그램에 투입하는 업무 협약을 맺었다"며 "연내 50여개의 기업과 산학협력을 체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6년 서울대 정보화 포털 3만명의 신상정보 유출을 학교에 가장 먼저 알려 주목을 끌었던 해커 이두희(31)씨는 최근 비 전공자만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 동아리 '멋쟁이 사자처럼'을 만들었다. 그는 "기존 프로그래밍 전공자들은 개발에 능할지 몰라도 다양성이 부족해 틀에 갇힐 수 있다"며 "비 전공자들이 각 분야에서 쌓은 지식과 경험에 프로그래밍 기술이 더해지면 놀라운 IT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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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멋쟁이 사자처럼'에서 프로그래밍을 교육받고 있는 학생은 총 27명. 이씨는 "지난 3월말 270명이 지원서를 제출했다"며 "개발이라는 장벽에 부딪혔던 스타트업(신생벤처) 기획자나 디자이너들이 많이 몰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목표는 여름방학 동안 팀원 스스로 한 개 이상의 IT서비스를 만드는 것이었는데 이미 최근 2개의 앱을 출시했다"며 "괜한 걱정이라고 할만큼 프로그래밍 습득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말했다.

삼성은 올해부터 인문학 전공 대상자를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채용하는 '삼성 컨버전스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CSA)' 전형을 시작했다. 당초 상반기 100명, 하반기 100명으로 총 200명을 선발할 예정이었으나 상반기 공채에 지원자들이 몰리면서 400명 이상으로 선발 인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삼성SDS는 이 프로그램으로 채용했다. 지난 3월 마감된 삼성SDS 공채에는 SCSA 전형에만 2,000명이 넘게 지원했다. 이번 전형의 합격자는 6개월 간의 교육기간을 거쳐 소정의 자격시험을 통과하면 정식으로 입사하게 된다. 입사 후에 교육과정 6개월을 경력으로 인정해 동일한 시점에 취업한 동기들과 승격기준이 평등하게 적용된다. 삼성 측은 "인문학적 소양과 기술에 대한 이해를 동시에 갖춘 통섭형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전형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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