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부동산 규제 이것만은 풀자] <3> 선순환 가로막는 다주택자 차별

집 많은 죄인 취급 징벌적 과세… 여유계층도 집 안사 거래 절벽

투기세력으로 몰아 각종 규제… 전월세 시장 불안에도 영향

실수요론 시장 활성화 한계… 임대주택 공급자 역할 커져

차별없애 회복 동력 마련을


최근 한 달 사이 서울 잠실동 신천역 인근의 부동산중개업소 4곳이 폐업을 결정하고 다른 2곳은 임대료가 저렴한 곳으로 이사했다. 지난 3월부터 거래절벽이 이어지면서 중개수입이 줄어들자 임대료 부담을 이기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 대치동 대치역 인근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4,500여가구에 달하는 은마아파트에서 한 달 거래량이 수개월째 한자릿수를 기록하다 보니 임대료를 버거워하는 중개업소가 속출하는 상황이다. 대치동 W공인 관계자는 "수년째 이어진 다주택자 규제에 최근 임대소득과세 발표까지 더해지면서 투자심리가 완전히 가라앉은 결과"라고 말했다.

다주택자는 부동산 과열기 때마다 정부 규제의 첫번째 타깃이었다. 잉여주택 구입 자체를 '투기'로 보고 다주택자의 시장 진입을 철저하게 억제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수년간 이어지고 있는 주택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책은 과거의 틀에 갇혀 있다 보니 주택 구매 여력이 있는 여유계층의 시장 진입을 막고 거래 회복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 다주택자를 투기 세력으로 몰아세웠지만 이제는 시장 상황이 달라진데다 임대주택 공급자로서 다주택자의 역할이 중요해진 시점"이라며 "실수요만으로는 시장 활성화에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다주택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 시장회복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주택자가 괴로운 나라…차별과세로 구매의욕 저하=현재 우리나라에서 집을 두 채 이상 가지게 되면 취득세 중과, 양도세 부과, 양도세 장기특별공제 차등적용, 소득공제 적용 배제, 종합부동산세 부과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 특히 이 같은 규제들은 징벌적 과세, 역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주택구매의욕을 떨어뜨리게 된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종부세의 경우 1주택자는 9억원 초과 주택이 부과 대상이지만 다주택자는 보유주택 총액이 6억원만 넘으면 종부세를 내야 한다.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역시 1주택자는 80%까지 적용되지만 2주택자 이상은 최대 30%까지만 허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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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한 임대소득과세 방침도 마찬가지다. 1주택자의 집이 공시가격 9억원을 넘지 않으면 아무리 임대소득이 많아도 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지만 2주택자의 경우 채무 성격이 강한 전세 보증금에도 과세를 하겠다는 것이어서 시장의 반발을 사고 있다.

◇시장회복에도 찬물=전문가들은 정부가 투자거품 방지를 위해 내놓은 다주택자 규제들이 시장회복을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주택가격 상승 기대감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각종 세금부담이 크다 보니 주택 구입을 꺼리게 됐다는 것. 특히 정부가 다주택자의 전월세 임대소득에 과세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주택 구입은 세금폭탄으로 이어진다는 인식을 강하게 심어줬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발표 이후 연초 빠른 회복세를 보이던 시장은 정부의 전월세 임대소득과세 발표 한방으로 불씨가 꺼져버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6월 전국 주택거래량은 7만3,108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3.7% 줄었고 강남3구의 경우 48.3%나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강남3구의 주택 거래량이 반토막 난 것은 그만큼 다주택자들이 주택시장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전월세 불안 심화에도 영향=더 큰 문제는 다주택자 규제로 여유계층이 주택 구입을 꺼리게 되면 전월세 시장이 더욱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5%대로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임대물량은 민간부문이 담당하고 있다. 다주택자가 보유한 주택이 줄어들수록 전월세 가격이 폭등할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서울의 경우 전월세 거주 비율이 50%를 넘을 정도로 임대차 시장에 머무는 인구가 많다"며 "수요보다 공급이 적으면 전세든 임대료든 올라갈 가능성이 높은데 정부는 다주택자가 공급자로서 하고 있는 역할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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