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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그룹이 부활의 나래를 펴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웅진그룹은 채무 조기상환과 경영정상화로 다음달 초 법정관리를 졸업한다. 아울러 그동안 웅진그룹은 그룹성장의 모태가 됐던 교육사업의 핵심 경쟁력을 강화하고 정보기술(IT) 서비스 등 알짜 사업을 추스르며 재도약을 위한 발판을 착실히 준비해왔다.
그동안 웅진그룹이 코웨이·웅진케미칼 등을 팔아 조기에 갚은 돈은 1조2,360억원. 총 채무 1조5,109억원 중 80%가 넘는 액수다. 남은 2,700억원의 채무는 회생계획에 따라 향후 10년간 분할상환할 예정이다. 이 같은 신속한 채무변제는 알짜배기 회사들을 발 빠르게 매각한 덕이다.
법정관리 이전부터 매물로 나온 코웨이는 지난해 1월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1조1,914억원에 팔았다. 웅진식품과 웅진케미칼도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됐을 뿐만 아니라 매각가격도 대폭 올라가는 등 운도 따랐다. 웅진식품은 당초 매각가로 500억원을 예상했지만 사업 성과와 성장성이 뛰어나 실제로는 1,150억원에 팔렸다. 2,000억원 정도로 예상됐던 웅진케미칼도 대기업들의 인수경쟁으로 몸값이 4,300억원으로 뛰었다.
무리한 사업확장과 극동건설의 자금난 등으로 웅진그룹이 지난 2012년 9월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윤석금(68·사진) 웅진그룹 회장의 '샐러리맨 신화'는 빛이 바랬다. 그룹이 공중분해될 위기에 처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윤 회장은 이처럼 코웨이 등 주요 계열사를 서둘러 매각하는 노력 끝에 비록 웅진홀딩스와 웅진싱크빅·웅진에너지·북센·웅진플레이도시·렉스필드컨트리클럽으로 이뤄진 소그룹으로 축소됐지만 재기 토대를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그동안 웅진그룹은 빚만 갚은 게 아니다. 남은 계열사의 구조조정을 통해 교육·IT 서비스 등 주요 사업의 내실을 다지고 경쟁력을 키운 것.
웅진그룹의 한 관계자는 "남은 사업 중에 교육·IT·에너지 사업이 규모가 큰 만큼 이들이 그룹 재도약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웅진씽크빅은 교육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학습지 회원 수가 다시 늘고 있으며 웅진에너지는 태양광 업황이 나아져 매출이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룹 모체인 웅진씽크빅은 2년 전부터 부진한 사업부문을 정리하고 기본기를 충실히 다졌다. 적자를 내던 수학·영어학원 등 다른 교육 사업과 시너지 창출이 어려운 기타사업부 운영을 중단했고 웅진패스원·컴퍼스미디어 지분을 매각하는 등 돈이 안되는 사업은 과감히 접었다.
올해는 신사업보다는 기존 학습지·전집·공부방 사업에 집중하는 등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익구조를 개선해나갈 계획이다. 덩치를 줄이고 내실을 다진 결과 웅진씽크빅의 지난해 매출액은 2012년의 7,121억원보다 다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지만 영업이익은 2012년 69억원에 비해 지난해 최소 2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웅진홀딩스는 잘나가는 IT 서비스 사업에 더욱 주력할 방침이다. 웅진홀딩스는 SI·SM 등 전산시스템 구축 및 관리 사업을 하고 있다. 이 중 중소·중견 기업형 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ERP) 모델인 'SAP B1' 분야에서 웅진홀딩스는 국내 1위, 세계 5위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IT 서비스 사업의 매출액 또한 2011년 643억원, 2012년 765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1,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계열사 웅진에너지의 태양광 사업 실적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말까지 이어져오던 태양광 제품가격 폭락 추세가 진정되고 지난해 초부터 반등 추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윤 회장도 현재 공판 등 남은 절차를 진행하는 한편 이따금 회사로 출근해 직원들을 격려하며 회사 정상화를 위해 힘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기업회생과 사회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힘쓴 윤 회장에 대한 인식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다.
2세 승계도 거의 사실상 마무리를 지었다. 윤 회장은 지난달 자신의 웅진홀딩스 지분을 두 아들에게 모두 매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