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은 재개발로 철거될 상가 세입자들과 경찰의 충돌로 6명이 숨진 '용산참사'가 발생한지 3년이 되는 날이었다. 당시 커다란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킨 사건이었지만 참사 직후 무성했던 권리금 대책에 관한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권리금 문제를 입법화하겠다던 국회가 한 일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손질해 영업손실보상금 기준을 종전의 3개월에서 4개월로 늘린 것이 유일하다. 서민들을 끔찍이도 위한다는 여야 모두가 한 일 치고는 무척 초라하다.
용산참사 도화선 불구 3년 허송세월
상가권리금은 상가가 가진 장소적 이익의 대가로 떠나는 임차인이 들어올 임차인에게 받는 돈이다. 세부적으로는 영업시설ㆍ비품 등 유형자산에 대한 시설권리금, 거래처ㆍ신용ㆍ노하우 등 영업이익에 대한 영업권리금, 상가의 위치에 따른 이득에 대한 바닥권리금 등이 있다. 수천만원~수억원에 이르는 상가권리금이 갖는 기본적인 문제는 상가임대차보호법에 규정된 보호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법 테두리 안에 있는 공식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합리적 산정기준이 마련된 것도 아니며 사기 등 불법적 행위에 쉽게 노출될 가능성도 높다.
시설권리금이야 눈에 보이는 것이니 비교적 산정이 쉽지만 영업권리금이나 바닥권리금은 산정이 애매하다. 영업권리금은 대개 전 임차인의 12개월분 순이익 상당액을 지불하는 것이 관행이다. 새로운 임차인이 전 임차인의 과거 1년치 순이익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회계장부나 전표가 유일한데 이것이 조작된 경우 사기 당하기 십상이다. 정상적으로 작성됐다고 해도 과거에 발생한 매출이 장래에도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상당한 위험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개인들 사이의 거래이므로 전적으로 개인들이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기에는 당하는 임차인의 피해가 너무 크다.
공권력에 의한 인허가에 기초해 진행되는 재개발 등에 강제 퇴거되는 경우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토지보상법에 따라 상가 세입자들이 보상받을 수 있는 범위는 철거ㆍ이전기간 중 휴업 또는 영업폐지에 대한 보상뿐이다. 권리금은 보상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재개발 등에 의해 생활 기초가 허물어지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용산참사도 권리금 보상범위 및 보상액에 관한 견해 차이를 둘러싼 갈등에서 비롯됐다.
보상액의 현실화, 재개발 추진 과정의 투명화, 강제퇴거 금지 등 다양한 방법이 논의되고 있지만 권리금을 법제화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권리금은 워낙 복잡하게 결정되고 경우에 따라 사정이 모두 달라 체계적으로 정의하고 계량화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모럴해저드 가능성이 문제를 더욱 난해하게 만드는 것 역시 사실이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권리금을 법제화하는 가장 큰 의의는 권리금을 법에서 포괄적으로 인정하는 직접적인 보호대상으로 한다는 데 있다. 소유권이 보장되듯 권리금도 같은 차원에서 보장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을 기본적인 입장으로 하자는 것이다.
권리금 평가할 수 있는 메커니즘 구축을
이런 차원에서 권리금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사전 정지작업은 매우 많다. 법의 보호대상인 권리금의 범위를 법 집행을 전제로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이 우선이다. 여기에서 명백하다고 하는 것은 법리상 관념적으로 명확해야 한다는 것을 넘어선다. 시행령 등에서 구체적으로 권리금을 평가할 수 있는 명확한 메커니즘 구축이 전제돼야 한다. 이 작업을 정교하게 수행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어느 정도 현실적인 적용 가능성이 있으면서도 지금보다 훨씬 진전된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서민들에게 빈 말이 아닌 진정한 마음의 애정이 있다면 그 가능성은 더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