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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일본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엘피다의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연초에 밝힌 대로 올해 투자금액의 절반 이상을 낸드플래시메모리에 집중해 매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체질개선 작업에 본격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4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SK하이닉스 사옥에서 이사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입찰할 때 전략적인 가치가 중요한데 이사회는 (엘피다 인수를) 안 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 회장과 SK하이닉스 이사회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매출편중 현상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로서도 비중이 반도체 D램에 편중된 상황에서 D램 업체인 엘피다까지 인수하게 될 경우 SK그룹의 반도체사업 부문이 지나치게 D램의 업황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연간 매출액에서 D램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71%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이유는 엘피다의 자체 경쟁력이 뒤떨어졌다는 실사 결과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 회사를 실사하게 되면 그 회사의 기술력은 물론 자금상황, 심지어는 매출 원가까지 계산이 가능하다"며 "엘피다에 대한 실사 결과가 기대치를 밑돌아 인수전 불참을 결정했을 가능성도 높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최 회장은 엘피다 인수전 불참하는 대신 SK하이닉스를 키우기 위한 인수합병(M&A) 가능성은 열어놓았다. 그는 이와 관련, "인수합병 기회가 있으면 계속 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번 인수철회 결정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연초 계획대로 낸드플래시메모리 투자의 고삐를 조일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올해 사상 처음으로 전체 투자금액(4조2,000억원) 중 절반을 낸드플래시메모리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이 같은 계획은 모바일기기 확산에 따른 회사의 체질 변화를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SK하이닉스의 엘피다 인수전 불참 결정에 따라 세계 D램시장은 삼성전자 독주체제가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4∙4분기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43.2%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SK하이닉스가 23.7%의 점유율로 2위를 기록했다.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엘피다의 경우 11.9%의 점유율을 차지해 미국 마이크론(12.1%)이 인수할 경우에도 점유율은 24.0%에 그치게 된다. 이 경우 SK하이닉스의 점유율보다 0.3% 앞서지만 미세공정 기술 면에서 SK하이닉스가 한 수 위인 점을 감안하면 전세계 D램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압도적 우위가 그대로 유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