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집값·가계대출 억제 고삐조여 거품징후 미리 제거

■ 경제정책조정회의 의미·내용"디플레 없을것" 진단속 전쟁등 외부환경 대비 부동산시장과 가계대출을 잡으려는 정부의 칼은 아직 칼집으로 들어가 있지 않다. 정부의 잇따른 억제대책으로 일단 안정세로 접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이상징후가 발견될 경우에는 지체 없이 칼을 뽑아 들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그러나 미국ㆍ독일ㆍ일본 등 세계경제의 3대축이 둔화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이 같은 강경책이 얼마나 더 지속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거품의 싹은 미리 자른다 부동산ㆍ가계대출 억제로 인해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결과적으로 서민들만 피해를 보는 게 아니냐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강경노선을 끌고 가려는 것은 거품의 싹을 미리 잘라버리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국내 실물경기가 세계경제 불안과는 크게 상관없이 순항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내수는 말라가고 있으나 대신 수출이 성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물가와 고용이 안정된 가운데 올해 6% 성장도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이라크전쟁 등 외부의 불확실성이 많아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단서는 달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ㆍ가계대출 억제책은 이 같은 외부 불확실성에 대비한 카드비축의 성격이 짙다. 강호인 재정경제부 경제분석과장은 "거품이 잔뜩 끼인 상태에서 외부의 충격을 받을 경우에는 걷잡을 수 없는 타격을 입게 된다"며 경기대응기조의 배경을 설명했다. ▶ 디플레이션은 없다 정부는 또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속 경기침체)가 일어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입장을 정리했다. 지난주 말 개최된 거시경제점검회의 결과를 재확인한 셈이다. 재경부는 "고용안정과 비교적 높은 성장이 지속되고 있어 수요가 급속히 위축될 소지는 적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부동산가격이 급락해 부실채권이 증가하는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도 매우 낮다는 게 정부의 기본인식이다. ▶ 오는 2010년 기술 4강 이날 회의의 특징은 일각의 우려와 달리 우리 경제는 굳건하다는 자신감의 표출과 함께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는 점. 정부는 정보기술(IT)ㆍ바이오기술(BT)ㆍ나노기술(NT)ㆍ환경기술(ET)ㆍ문화기술(CT) 등 차세대 성장산업을 적극 육성해 2010년께 기술 4강으로 진입하겠다는 비전을 마련했다. 이를 위해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산하에 재정경제부ㆍ산업자원부ㆍ정보통신부 등 관련부처가 모두 참여하는 범부처적 성격의 차세대 성장산업 육성 전략그룹을 편성하고 연구개발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들어가는 돈은 일반연구비와 따로 편성하기로 했다. 연구개발 인프라를 까는 데 들어가는 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다. 말하자면 연구개발에 필요한 핵심 시설ㆍ장비도 사회간접자본(SOC)과 같이 중요하게 인식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각각의 기술들이 합쳐져서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는 기술의 융합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다학제적 박사후과정(Post-Doc.)도 개설하고 산업계 전문인력을 단기간에 재교육시킬 수 있는 과정을 대학원에 신설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 '전시용 전략' 지적도 정부는 이 같은 액션플랜을 이행하기 위한 기본전략으로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제시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전략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이날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보고한 발전전략은 ITㆍBTㆍNTㆍETㆍCT 등 이미 정해진 5개분야 차세대 성장산업 위주의 전략. 유행가 후렴구처럼 수없이 반복된 사안들이다. 투자를 집중시켜야 할 분야도 수십가지로 분산돼 있다.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바탕으로 우리 여건에 맞는 발전전략을 착실하게 추진한다는 내용과는 달리 아직도 방향을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가기술지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차세대 성장산업 기술은 선진국에 비해 50~60% 수준밖에 안된다. 기간으로 따지면 3~5년 정도가 뒤져 있다. 민간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차세대 성장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비전도 벤처기업 육성과 같이 말잔치로 끝나지나 않을지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박동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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