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반기문에 바란다

코피 아난의 뒤를 이어 한국의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 자리에 오른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유엔 사무총장은 일반 대중의 지지를 얻어야 할 뿐만 아니라 고달픈 유엔의 운영에도 힘써야 하고 시시때때로 터지는 위기에 대처하는 외교 능력도 필요하다는 점에서 사람을 녹초로 만드는 자리이다. 또 일이 틀어질 경우 누구에게도 고맙다는 인사치레를 받지 못할 수 있다. 반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으로 최종 선출되면 북한 핵실험 문제에 대해 신속하게 개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반 장관이 잘해주기를 희망한다. 유엔은 미국의 외교정책 목표를 실현시키는 데 있어서 필수적인 조직일 뿐만 아니라 보다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곳이기 때문이다. 유엔은 최근 몇 년 사이 심각한 문제에 휘말려왔다. 유엔 안보리는 이라크 문제를 두고 분열 양상을 보이기도 했으며, 유엔 평화유지군의 강간 문제 및 유엔이 고용한 현지 직원의 성추문 사건 등이 불거져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런 문제들 중에서도 가장 불길한 징조로 해석되는 것은 미국 부시 행정부의 유엔에 대한 태도이다. 미국은 유엔에 대해 굳건한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을 뿐더러 유엔의 문제에 대해서 때로는 적대적이고, 때로는 무관심한 듯한 태도로 일관해왔다. 이것은 미국이 단지 강대국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은 유엔의 최대 기부 국가이면서 유엔 본부의 근거지라는 점에 비춰봤을 때 이러한 미국의 태도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유엔의 차기 사무총장은 미국의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또 현재의 개혁 과제들을 수행하지 못한다면 성공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유엔이 필요로 하는 것은 사무총장의 합당한 권위와 고도의 인력 활용이다. 또 유엔은 효용성이 떨어지는 연구에 대한 기금을 삭감하고 중복되는 위원회를 정리하는 작업에도 착수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반 장관을 유엔 사무총장으로 강하게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의 지지가 반 장관이 유엔 지도자로서의 역할 수행 과정에서도 계속된다면 그의 성공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