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 회의에서 세간의 또 다른 관심을 끈 것은 20년 만에 최대 규모의 반란표가 나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미 의회에 이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마저 분열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FOMC 위원 12명 중 10명이 투표에 참가해 3명이 금리유지 시한을 못박는 것에 반대표를 던졌다. FOMC 결정에서 3명이나 반대의사를 피력한 것은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이 FRB를 이끌었던 지난 1992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반대표를 던진 위원은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준 총재, 나라야나 코처라코타 미니애폴리스 연준 총재,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준 총재 등 총 3명이다.
이들은 양적완화에 반대하는 대표적 '매파'들로 경기성장 둔화보다는 지속적인 제로금리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며 특정 기간을 명시하는 대신 '상당 기간'이라는 문구를 끝까지 고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벤 버냉키 의장은 결국 시한을 명시하는 의견에 동의하는 위원 7명을 통해 성명을 통과시켰다.
월가에서는 이에 대해 FRB의 내부분열이 가속화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댄 그린하우스 BTIC 수석 투자전략가는 "다른 중앙은행의 경우 반대의견을 자주 볼 수 있지만 FRB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것"이라며 "위원 3명이 반대의사를 명시한 것은 거의 반란 수준이며 FOMC가 확실히 나뉘어져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매파의 저항이 더욱 거세질 경우 버냉키 의장의 운신의 폭이 좁아질 뿐 아니라 통화정책이 하나로 수렴되지 않아 시장이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제임스 오설리번 국제통화기금(IMF)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FOMC 발표를 전후로 증시가 크게 요동치는 등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며 "대립구도가 강화된다면 그만큼 통화정책도 모호해져 시장의 불안감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버냉키 의장 등 비둘기파의 결속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원 3명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상 처음으로 금리유지 기간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것은 비둘기파의 승리이자 버냉키의 건재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로이터통신은 "버냉키 의장이 FOMC 내 대표적 비둘기파인 재닛 옐런 FRB 부의장 및 빌 더들리 뉴욕 연준 총재와 동맹관계를 강화해 잭슨홀미팅에서 경기부양 조치를 밀어붙일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