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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시장에 제품을 판매할 때 필수로 받아야 하는 검사와 인증으로 국내 중소기업들이 큰 부담을 겪고 있지만 정작 수입품은 예외여서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높아지고 있다.
25일 중소업계에 따르면 연 매출 70억원대의 소형 선박용 엔진 전문업체인 A기업은 지난 3년간 제품 검사비용으로만 2억원을 썼다. 국내 시판용 제품의 경우 선박안전법에 따라 선박용 물건용 예비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검사가 샘플 추출이 아닌 전수조사여서 제품을 만들 때마다 비용부담도 늘어난다는 것. 현재 선박안전법에는 보트용 엔진은 실제 배에 설치되기 전 실시하는 성능검사인 예비검사를 통과해야만 국내 시장에 팔 수 있다.
반면 이 같은 검사 의무는 국내 소형 선박용 엔진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일본산 엔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국토해양부 고시에 따르면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은 선박용 물건, 즉 수입품은 해상에서의 인명안전을 위한 국제협약을 맺은 당사국 정부나 국토부 장관이 인정한 선급법인의 검사를 받은 경우 예비검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서다.
특히 미국과 유럽ㆍ오세아니아 등 해외 20여개국에 같은 제품을 수출하고 있지만 국내처럼 제품에 대한 전수조사를 요구하는 곳은 없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A기업의 한 관계자는 "유럽은 CE마크, 미국은 EPA인증과 같은 배출가스와 소음 검사만 통과하면 획득 가능한 1회 인증만으로 계속 수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품을 검사할 때마다 수수료뿐 아니라 유류비와 인건비 등 간접비까지 부담해야 한다"며 "엔진 한 대당 성능시험비로만 판매가의 9.1%를 내고 있는 셈"이라고 답답해했다.
사정이 이렇자 외국산이 점령한 국내 소형 보트용 엔진 시장에서 과감한 투자로 제품 국산화에 성공한 국내 기업들은 내수시장을 포기하고 있다. 수입업체와는 다른 '역차별'식 검사제도 때문에 해외 판매가 유리한 상황이다.
배추김치 생산업체의 경우 의무적으로 획득해야 하는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인증도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지난해 4월 소규모 업소용 HACCP인증을 획득한 김치제조업체인 B기업 대표는 "인증 획득에만 1억원이 소요됐는데 여기에 매달 사후관리를 위한 검사 의뢰비용과 HACCP 관리 인력 인건비까지 포함해 연간 3,600만원 수준의 추가 비용이 든다"며 "1년에 18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입장에서 부담이 상당하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현재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는 중국산 김치에는 HACCP인증 의무가 없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수입 김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김치는 지난해 23만톤이 수입됐는데, 이는 전년 대비 3만8,000톤이 늘어난 것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국내 김치업체에만 과도한 HACCP인증 부담을 주는 현실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B업체 대표는 "전통식품 품질인증제처럼 비슷한 인증과 HACCP를 통합하고 검사주기를 완화해 국내 기업들의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중소기업옴부즈만실은 지난 2월과 이달 초 각각 소관부서인 국토개발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정책 개선을 건의했지만 결과는 '수용불가'였다. 당시 옴부즈만실은 소형 선박용 엔진의 경우 국내 업체의 역차별을 막기 위해 ▦예비검사 1회 통과시 동일 상품에 대해 같은 해 예비검사 면제 ▦해외 인증 취득 제품 예비검사 면제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엔진은 선박안전을 좌우하는 중요한 품목인 만큼 업체만의 이익을 위해 현 제도를 완화하는 것은 힘들다"고 반박했다. 식약청 역시 ▦HACCP인증 서류 간소화 ▦소규모 업체에 대한 HACCP 기준 완화 등을 담은 옴부즈만실의 건의에 대해 HACCP 적용과 운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라며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