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정치권의 '韓銀흔들기' 안된다

어제 열린 국회 재경위에서 여당의원들이 박승 한은 총재의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통화정책, 경기전망 등에 대한 실언으로 시장을 교란하고 중앙은행의 신뢰를 실추시킨 만큼 스스로 물러나라는 것이다. 야당 의원들도 박총재 언행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박 총재의 ‘가벼운 입’이 자주 도마에 오르고, 그의 발언이 시장에 적지않은 파문을 일으킨 것은 사실이다. 지난 2월 그의 보유외환 투자대상 다변화 발언은 달러화 매각 방침으로 해석되면서 달러화가 급락하는 국제금융시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박 총재는 그 파문이 채 잊혀지기도 전인 지난달 또 구설을 일으켰다.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더 이상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외환시장 불개입 방침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원ㆍ달러 환율하락을 촉발한 것이다. 한은은 이날 하루에만 환율방어를 위해 1조원을 투입하는 대가를 치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 총재의 빗나간 경제전망도 비판이 대상이다. 그는 기회있을 때마다 ‘다음 분기부터는 좋아진다’는 낙관적 경기전망을 내놓았지만 번번히 빗나갔다. 구설이 계속되자 작년 정기국회에서는 의원들로부터 ‘한은에 박총재의 입을 관리할 조직을 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박총재의 거듭된 실언으로 경제주체들의 신뢰가 약해진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여당의원들이 퇴진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적절치 않다. 한은 총재는 임기가 법으로 보장돼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권, 그것도 여당이 임기만료전의 총재에게 퇴진압력을 가하는 것은 중앙은행 독립성에 좋지않은 선례를 남길 수있다. 여권의 박총재 퇴진요구는 또 다른 책임전가라는 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경제난등 국정난맥이 책임을 서로 떠넘기며 싸우고 있는 정부 여당이 이제는 한은 핑계를 대려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는 것이다. 박 총재도 앞으로 보다 신중하고 정제된 발언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린스펀 미국FRB 의장의 말이 시장에서 천금의 무게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를 잘 새겨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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