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남권 지역에서 ‘회원제 할인점’간 가격 전쟁이 시작됐다.
롯데마트의 첫 회원제 할인점인‘빅마켓’이 독산동에 문을 열면서 5.5km 거리에 있는 미국계 회원제 할인점인 코스트코 양평점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롯데마트는 오는 28일 서울 구로구 독산동에 ‘빅마켓’1호점을 공식 오픈한다고 26일 밝혔다. 토종 유통업체가 회원제 할인점을 오픈한 것은 롯데가 처음이다.
빅마켓과 코스트코 두 업체는 회원제(연회비 3만~3만5,000원)라는 운영방식과 운영시간(오전9시~22시)도 똑같다.
매장 크기는 빅마켓이 조금 작다. 지상 1∼6층의 빅마켓은 상품 공간인 1∼2층이 약 7,600㎡(2,300평)규모이고 코스트코는 9,240㎡(2,800평)규모다. 상품 수도 빅마켓(3,000개)보다 코스트코(3,700개)가 20% 이상 많다. 주차장은 빅마켓이 더 넓다. 박영화 빅마켓 금천점장은 “코스트코 고객들이 주차장에 대한 불만이 많다”며 “빅마켓 주차대수는 600대로 코스트코보다 200대 더 주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용량 저가격을 표방하는 회원제 할인점인 만큼 가격 경쟁은 10원 단위까지 치열하다.
서민 물가 대표상품인 신라면(30개입)의 경우 코스트코가 1만 5,890원으로 빅마켓(1만5,900원)보다 10원 싸게 내놨다. 롯데마트의 한 관계자는 “코스트코가 출혈을 감수하고 가격 대응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병행수입을 통해 판매하는 의류는 빅마켓이 조금 쌌다. 빅마켓에서 판매되는 폴로 아동용 티셔츠는 3만2,900원으로 코스트코(4만3,000원)보다 저렴했다.
빅마켓은 대형마트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해외 명품도 병행 수입을 통해 일부 취급한다. 루이뷔통ㆍ프라다ㆍ페라가모 핸드백과 오메가ㆍ태그호이어ㆍ까르띠에 시계, 디올ㆍ펜디 선글라스 등은 10∼40% 저렴하다.
박 점장은 “일반적으로 대형마트 가격보다 10~15%정도 싸고 인근 코스트코보다는 단 10원이라도 싸게 팔 것”이라고 말했다.
오픈 초기 고정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빅마켓과 단골 고객 유출을 막으려는 코스트코가 가격으로 승부수를 띄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두 매장은 사활을 건 가격경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 빅마켓과 코스트코 영업사원들은 수시로 상대 점포에 들러 가격 조사를 벌이면서 가격 민감 품목을 상대편보다 저렴하게 조정하고 있다. 특히 평소 판촉활동을 잘 하지 않던 코스트코는 빅마켓 오픈 하루 전인 27일 9만장의 전단을 지역 상권에 배포하는 등 맞불 작전을 펼 예정이다.
지난 25일부터 개장에 앞서 시범 운영중인 빅마켓 금천점은 벌써부터 고객 반응이 뜨겁다. 구로3동에 사는 심숙자(59)씨는 “코스트코와 빅마켓 모두 회원가입을 했다”며 “두 업체가 경쟁해 가격이 더 싸지는 것은 주부 입장에선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롯데마트는 빅마켓을 점진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롯데마트의 한 관계자는 “연내 화성에 2호점을 열고 다른 지역에도 오픈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가 빅마켓 사업을 강화하는 것은 포화상태에 이른 대형마트보다 사업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코스트코는 점포당 월 평균 250~300억원 정도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평균 70억원대인 대형마트보다 회원제 할인점이 3배 이상 매출이 높게 나오는 것으로 추산된다.
또 대형마트와 취급하는 상품 콘셉트와 가격, 주 수요층이 달라 사업이 크게 겹치지 않는다는 점도장점이다.
최춘석 롯데마트 상품본부장은 “빅마켓은 대형마트가 제공하기 어려운 상품과 가격을 선보일 것”이라며 “다양한 해외 수입 루트를 통해 유명 상품들을 할인 가격에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