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서봉수의 우격다짐

제2보(19~34)

2001년 6월 박영훈2단은 박카스배 천원전 무대에 올라서자마자 4인방의 하나인 유창혁을 백으로 꺾어 생애 첫 타이틀사냥의 대장정에 나선다. 계속해서 장주주9단을 제치고 준결승에 오른 그는 서봉수9단과 맞닥뜨린다. 1년 전 초단이던 박영훈에게 흑으로 패한 빚이 있는 터이므로 서봉수로서는 모처럼 설욕의 기회를 잡은 터. 그런데 돌을 가리니 이번에는 백번이 나왔다. 이 대국은 시작되기 전부터 기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만약 서봉수가 이기면 무관이던 그가 모처럼 타이틀 보유의 기회를 얻게 된다. 천원은 서봉수에게 있어 미답의 봉우리였다. 그리고 만약 박영훈이 이기면 이것은 보통 사건이 아니다. 입단 2년차의 신출내기 2단 신분으로 타이틀전 무대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30년 전에 서봉수가 딱 한 차례 선보인 기록이다. 게다가 만약 타이틀을 따기라도 한다면 이창호 이래 최연소 2위의 기록이 된다. 기록에 신경을 많이 쓰는 기자들이 이 대국을 주목한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백30은 34의 강렬한 공격을 염두에 둔 착상이지만 우격다짐의 인상이 짙다. 참고도의 백1로 막고 9까지 유유히 두어가는 것이 정수. 어쨌거나 서봉수는 애초의 구상대로 34에 씌워 소년의 타개솜씨를 주문하고 나섰는데….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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