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개혁 현주소지난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대신은 자신이 추진하는 개혁이 지난 19세기 일본을 근대화로 이끈 메이지(明治) 유신과 견줄만한 '신세기 유신'이 될 것이라는 취임 일성을 날렸다. 이후 고이즈미 총리가 '건드린' 개혁 분야는 무수히 많다. 하지만 취임 당시의 서릿발 같은 개혁 의지는 1년여 동안의 경기 한파와 업계 이익을 대변하는 '족(族)의원'들, 그 밖에 각계의 반발에 부딪쳐 무뎌진 것이 숨길 수 없는 사실. 안된 것도 없지만 된 것도 없는 것이 각 분야별 고이즈미 개혁의 현주소다.
◇금융개혁=부실채권 정리를 비롯한 금융부문 개혁은 일본 정부가 특히 주안점을 두고 있는 분야다. 취임 후 2~3년 내에 부실채권 해소가 당초 고이즈미 총리의 공약. 이를 위해 금융청을 중심으로 부실채권 해소 노력이 기울여지고 있지만, 은행권 부실채권은 꾸준히 늘어나 급기야 36조엔을 돌파, 개혁 성과에 대한 의구심을 높이고 있다.
한편 이와 함께 내년 4월부터 시행 예정인 예금전액보호제도 폐지도 금융부문의 화두로 떠올랐다. 경기를 감안해 폐지 일정을 늦추자는 요구가 각계에서 터져 나오는 가운데 고이즈미 총리는 "연기는 있을 수 없다"는 완강한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재정개혁=일본의 공공채무는 지난해 드디어 사상 처음으로 600조엔을 웃돌며 재정구조에 대한 위기의식을 고조시켰다. 최악의 채무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이즈미 총리가 내건 약속은 올해 국채발행을 30조엔 이하로 억제한다는 것.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각계 반발에도 불구, 고이즈미 총리는 30조엔의 '축'은 절대로 무너뜨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장기 공공사업 가운데 우선 9개 계획을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 공공사업 규모를 10년 전 수준으로 돌려놓겠다는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다만 내년에는 30조엔 유지가 어려울 전망이어서 상회폭을 최소한으로 억제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국영사업 민영화=우정사업과 도로공단 민영화는 고이즈미 개혁의 주요 '간판'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30만명을 떠안은 거대 조직인 우체국과 첨예한 이해관계에 묶여 비효율적인 운영을 개선하지 못하는 도로공단, 석유공단 등 특수법인 개혁은 당초 예상대로 '족 의원'등의 거센 반발로 인해 흉내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들끓었다.
이 가운데 지난 19일 석유공단 폐지를 위한 관련법이 참의원 본회의에서 성립된데 이어 24일 우정사업 민영화를 위한 관련법도 마련, 개혁 성사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다만 반대 의원들의 기세도 만만치 않아 앞으로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기타=이밖에도 의료, 교육 등 고이즈미 총리의 개혁은 각 분야로 촉수를 뻗치고 있다. 하지만 그의 개혁 취지가 얼마나 일본인들에게 와 닿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경쟁체제를 강화해 경제 효율화를 도모한다는 개혁 취지는 올 초 대형 슈퍼 다이에에 대한 5,000억엔 이상의 금융지원안 발표 등으로 퇴색됐다. 의료부문 개혁안도 봉급생활자의 부담을 급격하게 가중시켜, 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국민들에게 지나친 희생을 강요한다는 반발이 빗발치는 등 개혁을 둘러싼 잡음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 예금 전액보장제도 폐지 일정
- 2002.7월 말 국회 폐회
- 9월 초 여당금융문제팀, 제도 폐지관련 결론 도출
- 9월 하순 임시국회 소집 전망
- 9월말 은?d권 중간결산
- ? 연내 여당 제도폐지 연기를 위한 법안 제출할 듯
- 2003.4.1 원리금 전액보장제도 폐지
신경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