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노조원이 야구방망이 들고 난동부리는 나라, 한국 밖에 없다"

■ 외국기업 CEO '한국 노동시장·노사문화' 좌담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외국 기업 CEO가 바라본 한국의 노동시장' 좌담회에서 우리 노동시장의 열악한 경쟁력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송은석기자

임금보전 위한 특근 등 독특한 문화로 투자 힘들어

생산성 무관한 임금인상 요구


'일자리 죽이기'로 이어져 매년하는 임단협도 경영애로

17일 한국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특별좌담회에서 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경직된 노동시장과 한국의 독특한 노사문화 때문에 한국에 대한 투자가 정말 힘들다고 토로했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은 "지난해 노조원이 야구방망이를 들고 사무동에 난입해 사무기기를 때려부쉈다"며 "전 세계적으로 이런 관행이 존재하는 곳은 한국밖에 없다"고 직설적으로 말했다.

그는 특히 또 한국의 임금 보전을 위한 특근문화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직원들이 정규근무시간 8시간 외에 2시간의 특근을 더해 10시간을 일한다"며 "이는 특근수당을 받기 위한 것으로 주변 국가에서는 없는 노동문화"라고 꼬집었다.

매년 노조와 임단협을 하는 어려움도 전 세계적으로 이례적인 경영 애로로 꼽았다. 그는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등에서도 사장을 지냈지만 그곳은 보통 2년 단위로 협상을 하고 노사 합의에 따라 4년 만에 한 번씩 교섭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강성 제조업 노조는 '한국 내 일자리 죽이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이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생산성이나 기업 이익과 상관없는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는 한국의 투자 매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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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샤 사장은 "노조의 지속적인 임금 인상 요구와 지난 2013년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 때문에 지난 5년간 임금이 50%나 올랐다"며 "이는 소비자물가지수의 2~3배 달하는 임금인상률로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이례적인 상승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동종 업계의 예를 들어 실제로 한국의 고임금과 경직된 노동시장이 어떻게 일자리를 죽이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호샤 사장은 "현대자동차의 경우 2002년 연간 생산물량의 95%를 한국에서, 5%를 외국에서 생산했다"며 "그러나 지난해 기준으로 55%를 해외에서 생산했으며 불과 45%만 국내에서 생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만약 현대차가 국내 생산을 늘렸다면 청년 일자리가 얼마나 창출됐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한국의 "노동시장 효율성은 3년 전 73위였는데 지난해에는 86위로 떨어졌으며 같은 기간 노사협력지수는 129위에서 132위로 하락했다"며 "한국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계 제조업체인 파카코리아의 유시탁 전 대표도 노사 분쟁으로 인한 '악몽 같은 기억'을 떠올렸다. 유 전 사장은 "2000대 초만 해도 노사관계가 상당히 좋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매출이 반토막 나면서 회사가 구조조정에 들어가자 노조와 관계가 틀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민주노총이 타깃 사업장으로 잡으면서 노조원들의 저항이 거셌고 4년간의 법정 투쟁 끝에 회사는 이겼지만 결국 회사와 직원 양쪽이 다 패하는 루즈 루즈 게임으로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악몽 같은 기억을 떠올리니 오늘 좌담에 오면서 만감이 교차했다"며 "목소리 큰 사람 말만 들리는 그런 상황이었다"고 회고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한국과는 달리 노동규제 완화로 해외 투자 유치를 늘리고 있는 인도의 사례가 소개됐다.

비크람 도라이스와미 주한 인도대사는 인도 북서부에 위치한 라자스탄주를 사례로 들었다. 이 주는 최근 15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노동 관련 법규를 단순화하는 사업을 추진해왔다. 예컨대 라자스탄주에서는 300인 이하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장의 경우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고도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다. 또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사업장 기준을 '근로자 10인 이상'에서 '20인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 밖에도 근로자 채용이나 연장근로 규제 단순화, 노동법 등에서 사업주 처벌조항 철폐 등 각종 규제개선책을 도입했다. 도라이스와미 대사는 "라자스탄주에서 일자리가 느는 등 효과를 거두면서 기타 주정부들에서도 경쟁적으로 노동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경제상황의 엄중함을 직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한국이 아주 위중한 시기에 와 있다. 개구리가 물을 서서히 끓이면 죽는지 모르고 앉아 있는 상황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1,100조원의 가계부채와 높은 청년실업률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투자가 전제돼야 한다고 권 원장은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지난 10여년간 나간 해외투자가 들어온 거에 비해 두 배에 달한다"며 "이로 인해 150만개의 일자리가 해외로 나갔다"고 상기시켰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대 노사의 협력으로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일자리 창출에 힘써야 한다고 참석자들은 지적했다.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노사문화를 대립에서 협력의 문화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호샤 사장은 "독일의 GM 자회사는 노조위원장이 이사회 멤버로 참석한다"며 "한국의 노조위원장도 이사회에 참석해 노조가 양보하고 회사가 투자하는 그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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