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여행의 트렌드가 패키지에서 자유 개별 여행(FIT)으로 서서히 바뀌고 있는 가운데 개인도 항공권을 싸게 살 수 있는 길이 열릴 조짐이다.
최근 ‘땡처리항공권’(www.072air.com)이라는 이름을 걸고 영업을 시작한 한 업체는 “항공권을 개인에게 싸게 팔고 있다”며 “실제로 36만원짜리 인천-태국 왕복 항공권을 9만6,000원에 ‘땡처리’한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이런 거래가 어떻게 가능한 지 이해하려면 항공권의 유통 구조를 먼저 알아야 한다.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는 대형 여행사들은 보통 항공사에 ‘하드 블록(hard bolck)’이라는 형태로 특정 날짜의 항공권을 입도선매해 여행 상품을 기획한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선금을 받고 한 번에 많은 좌석을 팔 수 있어 ‘하드 블록’에는 큰 폭의 할인율을 제공한다.
문제는 여행사가 항공 좌석을 입도선매한 수량 만큼 패키지 상품을 팔지 못했을 때 발생한다. 일부 여행사들은 이럴 경우 항공 티켓 값에서 발생한 손해를 만회하기 위해 현지 여행사(이른바 랜드사)에게 박하게 굴게 되고, 현지 여행사는 여행객을 쇼핑센터 등으로 끌고 다니며 커미션을 챙겨 손실을 보전했던 게 저가형 해외 여행의 오랜 관행이었다.
최근에 등장한 할인 항공권 회사들은 이런 ‘하드 블록’ 중 패키지 상품으로 소화되지 못한 분량을 대형 여행사로부터 헐값에 넘겨받아 개별 여행자들에게 파는 구조로 영업한다. 재고를 헐값에 받아 소비자에게 떨이로 파는 아웃렛 매장과 비슷한 원리. 현재 ‘땡처리 항공권’을 비롯한 2~3개 업체가 이런 모델로 할인 항공권을 팔고 있다.
이런 땡처리 항공권은 현재 외국 항공사 티켓만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올 초부터 항공권 하드블럭 판매를 중단 또는 대폭 축소했고 장기적으로 전면 폐지한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땡처리 항공권을 사기 전에 주의할 것이 있다. 첫째는 원래 하드 블록으로 판매된 티켓이기 때문에 출발 및 귀국 날짜 변경이 불가능하다. 또한 대형 여행사는 패키지로 소화하지 못한 항공권을 출발날짜 5~7일 전에 땡처리 회사에 넘기기 때문에 소비자 또한 이에 대응하려면 급하게 여행 계획을 짤 수밖에 없다.
땡처리 항공권을 구입한 개별 여행객 중 숙소도 스스로 정하고 싶은 경우에는 넥스투어(www.nextour.co.kr) 등 온라인 여행사에서 가격비교를 해가며 예약할 수 있다. 또한 현지에서 가이드와 차량 서비스가 필요한 경우에는 땡처리 항공권 회사에서 실비로 알선해준다.
땡처리 항공권 회사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알아서 잘 다니는 젊은 층들이 주된 고객”이라며 “저가 항공권 문화가 퍼지기 시작하면 패키지 관광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불만도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