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도이치방크 살아남기 안간힘/미은행 서비스공세로 고객이탈·매출급감

◎직원 20% 해고·아주투자강화 등 변신나서독일 최대은행인 도이치은행이 치열한 경쟁속에서 살아남고 세계 초일류 은행으로 비약하기 위해 적극적인 세계 경영을 펼치고 있다. 사실 도이치은행을 비롯한 독일은행들은 그동안 13∼14%에 달하는 높은 국내 저축률에다 잘나가는 독일 기업덕택에 태평성대를 구가했다. 그러나 80년대말부터 시티은행등을 선두로 한 미국은행들이 폰뱅킹, 수수료인하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공세를 가속화한데다 최근 수년동안 유럽은행산업의 핵심으로 부상한 국영기업 민영화마저 독식하다시피하자 상황은 바뀌었다. 오랜 고객들과 기업들이 미국계은행으로 이탈하기 시작하면서 도이치은행의 매출과 이익은 급감하기 시작했다. 창립이래 1백26년을 통해 최악의 경영상태에 몰리면서 도이치은행은 회생을 위한 긴급처방을 내렸다. 경영회생의 실마리를 비대한 조직의 구조재조정에서부터 찾았다. 우선 국내의 36개 지사를 절반인 18개로 줄이고 전체인원의 20%인 1만6백명을 해고하는 감량경영에 돌입했다. 동시에 업무효율화를 추진, 이익 대비 경영비용을 70%에서 65%이하로 낮추기로 했다. 도이치은행은 감량경영에 그치지 않고 밖으로도 눈을 돌렸다. 그동안 별로 주목하지 않았던 국제 투자금융부문에 주목하여 영국, 미국, 아시아 등 세계 주요지역에 거점을 마련했다. 특히 아시아지역은 싱가포르와 동경에 편중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17개국에 40개의 지점을 설치하고 인원도 6백명선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도이치은행의 도전적인 경영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는게 전반적인 독일 금융업계의 평가다. 우선 해외영업부문 강화와 감원과정에서 든 막대한 투자비용에도 불구, 아직까지 뚜렷한 결실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이치은행의 힐마 코퍼 총재는 『우리은행의 목표는 독일 최대의 은행이자 나아가 세계적인 금융기관이 되는 것』이라고 자신감있게 밝히고 있다. 그의 이런 호언이 실현될지는 미지수지만 터무니없는 허풍은 아니다. 도이치은행은 최근 유럽최대 민영화 프로젝트의 하나인 프랑스텔레콤의 37억달러어치 주식매각에 관여해 투자자문을 하고있다. 태국에서는 2개의 정유공장건설에, 말레이시아에서는 30억달러짜리 남북고속도로 건설에 참여했다. 이밖에 이탈리아, 중국, 태국 등의 주요건설사업에서 재정지원을 하거나 대규모 금융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61세로 정년을 4년여 정도 앞둔 코퍼총재가 건 「도박」에 가까운 도전을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는 것은 이 은행의 직원들만이 아니라 다같이 변신의 필요성에 직면해 있는 전세계 금융계다.<최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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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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