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정치 혼란으로 사태 악화… PIIGS 줄줄이 신용강등 예상

그리스 연정 구성 실패로 불안감 증폭<br>伊 정부부채 눈덩이… 투자자들 등 돌려<br>스페인 은행들도 부실채권 압박에 흔들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유럽 재정위기가 약 6개월 간격으로 반복되면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유럽연합(EU) 및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국가들이 경제적으로 서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어느 한 국가에서 불거진 위기가 다른 국가로 전염될 것을 우려해 불안감이 증폭되는 것이다. 현재 유럽 재정위기는 정치혼란을 부르며 리더십 위기로 비화하면서 또다시 경기침체의 위기로 자가발전하고 있는 양상이다.

14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 증시 등이 요동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리스가 지난 6일 총선 이후 연정 구성에 연거푸 실패하면서 2차 총선 실시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의 상황도 안심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으로 투자자들이 등을 돌린 것이다.


◇그리스 사태, PIIGS 위기로 비화=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보고서에서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면 모든 유로존 국가의 신용등급이 '부정적 관찰대상'에 편입될 것이며 아일랜드ㆍ이탈리아ㆍ포르투갈ㆍ스페인 등의 신용등급이 강등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유럽 위기의 주범으로 꼽혀 온 다른 PIIGS 국가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14일 무디스도 이탈리아의 유니크레디트은행과 인테사산파올로은행 등 26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유로존 위기에 취약하다"고 밝혔다

특히 이탈리아 정부가 정부 부채를 계속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은행의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고 무디스는 덧붙였다. 이탈리아 중앙은행이 이날 밝힌 3월 국가부채 규모는 1조9,460억유로로 국내총생산(GDP)의 120%에 달했으며 1월 1조9,350억유로 이후 3개월 만에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11월에도 국제통화기금(IMF) 등과 약속한 긴축안을 이행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위기의 진원지 역할을 한 바 있다. 당시 국제신용평가사들이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비롯한 유로존 국가들에 대해 무더기로 신용등급을 강등할 것으로 관측됐다. 이 영향으로 지난해 11월25일 이탈리아 국채금리는 7.261%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았고 덩달아 스페인 국채금리도 6.699%까지 올랐다.


통상 국채금리가 7%를 넘어선 국가는 정상적으로 국채발행이 불가능해져 구제금융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이른 것으로 간주된다. 이후 이탈리아는 정권교체로 강도 높은 긴축에 나서고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 협상이 마무리되면서 위기감은 한풀 꺾이며 시장이 안정세로 돌아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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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경제에도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1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무디스는 스페인 정부가 부동산 부실채권 손실에 대비해 은행권에 300억유로를 추가 적립하도록 지시했지만 이 같은 조치에도 은행들은 부실채권에 갈수록 더 취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은행들이 경기침체와 계속되는 부동산 위기에 계속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WSJ는 또 스페인 은행발 위기가 채권시장으로 전이되면서 오는 17일로 예정된 대규모 장기채 발행 전망도 암울하다고 덧붙였다.

◇정치위기에 유로존 경기침체 가속화=더구나 그리스 사태는 그리스는 물론 유로존 전체의 정치 리더십 위기로 비화하고 있다. 이번 유럽 위기를 촉발시킨 그리스는 여전히 연정 구성에 난항을 겪으면서 결국 2차 총선으로 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4일 저녁 카롤로스 파풀리아스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정부 구성을 촉구하기 위해 주요 당 지도자를 만났으나 성과 없이 끝났다.

그리스가 2차 총선으로 갈 경우 반(反)긴축을 주장하는 급진좌파연합이 제1당으로 부상할 것으로 분석되고 일부에서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까지 조성되자 유로존 국가들은 뒤늦게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유로존 국가 지도자들도 그리스 문제 해결을 놓고 갈팡질팡하고 있는 셈이다.

장클로드 융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 겸 룩셈부르크 총리는 14일 유로그룹 회의 후 "그리스가 탈퇴한다는 것은 난센스이고 선전전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베를린 고교생들과의 토론회에서 "그리스는 앞으로 계속 EU 회원국으로 머물 것이며 유로존에도 남아 있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더구나 유로존 지도부가 나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막는다 하더라도 침체의 나락으로 떨어진 유로존 경기 회복은 요원하며 이 때문에라도 글로벌 투자가들의 불안감을 쉽게 잠재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EU 통계청이 발표한 유로존 3월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0.3% 감소해 시장 예상치인 0.5% 상승을 크게 밑돌았다.

또 전년 동기 대비로는 2.2%나 감소해 2009년 12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유로존 GDP 성장률 역시 지난해 4ㆍ4분기 -0.3%에 이어 올해 1ㆍ4분기에도 뒷걸음질할 것으로 관측돼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공식적인 경기침체(리세션)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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