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시험 보려고 학력 속여도 무죄'
초등학교를 나왔지만 글을 읽지 못해 허위 학력 내용을 제출, 운전면허 구두시험을 봤다가 들통난 피고인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초등학교 졸업 학력이 있지만 글을 제대로 몰랐던 이모(41)씨는 '초등학교에 다니지 않아 글을 읽을 줄 모른다'는 내용의 인우보증서를 첨부해 2003년 3월 문맹인 대상의 운전 구술시험을 치렀다가 학력이 들통나 기소됐고 1심에서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받았다.
운전면허시험관리단의 사무처리 지침 8조는 문맹인을 위한 구술시험 요건에서 '글을 알지 못하는 사람'을 초등학교 중퇴 이하의 학력자로서 글을 전혀 읽지 못하거나 잘 읽을 수 없는 사람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항소심과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4일 "운전면허 처리 규정이 내부 지침에 불과하고 인우보증서 제출도 행정사무편의를 위한 것이지 공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관련 사무처리 지침은 초등학교 졸업 이상 학력을 가진 문맹자가 구술시험을 통해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합리적 근거 없이 제한한 것으로 모법(도로교통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 무효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