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공모가서 30%이상 급락 수두룩… 기대 부풀었던 개미들 '피멍'

■IPO시장 가격 부풀리기 실태<br>올거래소·코스닥 신규상장업체들 각각 67%·82%가공모가 밑돌아<br>대표 주관사 선점 위한 과열경쟁<br>업체들 '실적마사지'가 주요 원인… 일부 기관 고액청약 관행도 문제


'부풀려진 공모가'에 개인들의 한 숨이 깊어지고 있다. 공모주 열풍에 투자에 나섰던 개인들이 공모가보다 크게 하락한 주가에 큰 손실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공모주 투자자들의 한 숨 뒤에는 공모가격이 부풀려 질 수 밖에 없는 제도적인 허점이 자리잡고 있다.

◇30%이상 급락한 신규 상장업체 수두룩=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새롭게 증시에 상장된 43개 종목(기업인수목적회사 9곳 제외)중 현재주가가 공모가격을 밑돌고 있는 곳은 총 29개(67.44%)에 이른다. 특히 코스닥시장에서는 신규 상장된 33개 종목 중 무려 27개(81.81%) 업체의 주가가 공모가격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공모주 투자자가 지금까지 팔지 않고 있을 경우 손실이 30% 이상인 신규상장 업체들도 수두룩하다. 유가증권시장의 이연제약은 11일 현재 공모가(1만6,500원)보다 39.58% 하락한 9,970원을 기록 중이다.

코스닥시장의 에스이티아이(-69.66%) 인포바인(-47.88%), 승화엘엠씨(-42.09%), 우리넷(-41.94%), 이글루시큐리티(-40.00%), 모베이스(-39.92%), 하이소닉(-39.31%), 인터로조(-37.92%), 우노(-35.15%), 뉴프라이드(-32.40%), 차이나킹(-31.49%), 에스디시스템(-30.74%)도 공모가가 급락해 투자자들에게 높은 손실을 안겨준 업체들이다. 특히 이글루시큐리티, 에스디시스템, 인터로조는 상장한 지 채 1개월도 안 된 종목이다.

◇부풀려진 공모가가 문제= 올해 상장한 많은 공모주들이 '참혹하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공모가가 부풀려졌기 때문이다. 즉 회사의 가치보다 지나치게 높은 공모가로 증시에 입성하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공모가가 부풀려질 수 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는 대표 주관사를 놓고 벌어지는 증권사들의 인수경쟁이다. 중소형증권사는 물론 대형증권사까지 IB사업 중에 비교적 손쉬운 IPO(기업공개)주관사업에 주력하면서 상장예정업체의 주관을 놓고 벌어지는 증권사들의 다툼이 최근 들어 더욱 치열해졌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자연스럽게 증권회사들은 계약을 따내기 위해'높은 공모가격 밴드'를 사전에 제시해 상장준비 업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상장준비업체 입장에서도 비슷한 수수료라면 높은 공모가격 밴드를 제시한 증권회사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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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준비업체들이 공모가격을 한 푼이라도 높이기 위해 실적을 부풀리는 속칭 '실적 마사지'에 나서는 것도 공모가가 부풀려진 원인 중 하나다. 최근 증권가에서는 상장 전 보다 상장 후 실적이 많게는 50% 이상씩 급감하는 업체들이 등장하고 있다. 한 코스닥 상장사의 대표이사는 "솔직히 공모가를 높여 많은 공모금액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적 부풀리기에 나서는 것은 이미 업계에서는 자연스러운 이야기"라며 "실적을 부풀려 놓고 감당을 하지 못해 주가가 급락하는 사례가 주변에 많다"고 말했다.

◇기관의 공모가 결정 관행도 문제= 주관사인 증권회사들이 제시한 공모가 밴드에서 최종 공모가격을 확정 짓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일부 기관들의 고액 청약도 공모가가 부풀려지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종 공모가격은 기관들이 가격 결정을 앞두고 진행되는 수요예측 때 적어낸 가격을 주관회사들이 평가하고 이를 상장준비업체와 협의해 결정한다. 기관들이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 최종 공모가격은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수요예측 시 높은 가격을 써내지 않은 기관은 사실상 공모주 청약물량을 받기 힘들다는 데 있다. A, B, C 기관이 희망가격으로 1만원을 제시하고 D기관이 6,000원을 제시했다고 가정하면 최종공모가격이 8,000원으로 정해지면 D기관은 사실상 공모주 물량을 받을 수가 없다. 한 대형증권사의 IPO 팀장은 "2007년7월 이후 수요예측에서 희망가격을 낮게 써낸 기관은 사실상 물량을 받아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대형증권사의 IPO 부장은 "공모가가 높게 형성되는 데는 주관사들이 공모가 밴드를 높게 제시하는 것도 이유가 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수요예측과정에서 기관들의 경쟁으로 최종 공모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또한 증권시장이 활황을 보일 때는 자연스럽게 공모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현재 구조도 문제다"고 설명했다. 또 공모가격을 올리고 할인된 가격으로 공모주를 받은 기관들이 상장 이후 하루 이틀 사이에 물량을 대거 처분하는 것도 문제다.

◇금융당국 해법 논의 중= 금융당국은 이번 기회에 IPO 제도의 총체적인 개선안을 올해 안에 내놓을 예정이다. 시장조성자 제도 등의 부활이 검토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업계를 중심으로 "국제적인 흐름에 맞지 않다"는 의견도 있어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공모가격 결정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대책을 내놓기 위해서는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각 기관 별 행태를 하나하나 살피고 있는 단계"라며 "시장조성제도 도입에 대한 심도있는 검토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신중히 연구해야 할 과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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