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건설입국 60년을 맞는 해로 건설인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감회를 감출 수가 없다. 이는 해방 이후 건설인들이 척박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전후 복구공사와 국가기간시설 건설을 통해 국가경제발전을 견인해 왔고 지난 70년대 석유파동으로 국가경제가 누란의 위기에 처해 있을 때 열사의 나라에서 흘린 피와 땀의 결실로 지금 우리가 이만큼의 풍요로움과 자신감을 만끽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외공사 연 200억불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장밋빛 소식의 이면에 드리워진 잘못된 관행과 제도는 우리 건설업의 앞날을 보는 것 같아 아찔하기만 하다. 다른 산업과 달리 건설업은 장외성ㆍ위험성ㆍ종합성 등으로 많은 위험에 노출돼 있고 그만큼 기업가 정신이 요구되는 산업임에도 정부의 각종 정책은 중복규제와 처벌, 그리고 후진적 입ㆍ낙찰 방식으로 아직도 50~6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기술경쟁이 전혀 없어 최저가마저 ‘운’에 의해 낙찰자가 결정되고 있고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시공능력평가제도가 왜곡된 평가결과를 버젓이 제공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으면 우리 건설업의 앞날은 암울하기만 하다.
사실 해방 이후 실시됐던 순수내역제, 대안제시 허용, 가설설계 미제공 등 기술경쟁요소가 가미된 입찰제도를 바탕으로 60~70년대 경쟁력 있는 해외진출이 가능했음에도 최근 우리 건설업이 플랜트를 제외하고 해외에서 맥을 못추는 것이 기술경쟁요소가 배제된 현행 입ㆍ낙찰제도 때문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논리의 비약일까. 안타까운 것은 간담회ㆍ연구회 등이 수없이 개최돼도 건설업을 위해 진정 고민하는 대안제시가 없고 업역별, 회사별, 이익단체별 이해관계에 묻혀 행사로만 끝난다는 것이다.
이제 건설업도 진실되고 올곧게 바로서야 한다. 건설업을 범죄시하는 중복ㆍ과잉 처벌제도와 기술경쟁요소가 전혀 없는 ‘운’에 의한 최저가 및 적격심사 낙찰제, 그리고 점점 더 희화되고 있는 고비용ㆍ저효율의 시공능력평가제도를 조속히 개선해 기술혁신을 유도하고 시장경제원리에 맞게 운용될 때 건설업의 재도약을 기약할 수 있고 오랫동안 건설업을 영위해온 견실한 대ㆍ중ㆍ소 건설업체가 살아 남는 진정한 의미의 상생이 될 수 있음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