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국민은 안전한 原電 바란다

한국전력 사장 인사가 최종 윤곽을 드러냄에 따라 현재 진행 중인 한국전력의 발전자회사 경영진에 대한 공모 결과도 큰 관심을 끌게 됐다. 다양한 인생 경력과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이 과정에서 각자의 경영철학, 전력사업과의 인연, 전문성 등을 유감없이 드러낼 것으로 사료된다. 다만 어느 일이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전력사업은 전력기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는 점을 적시하고 싶다. 국내 전력사업은 하나의 고립된 섬이나 다를 바 없다. 에베레스트산을 단독 등반하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중국과 북한, 그리고 일본에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전기가 모자라면 어디서도 전기를 구해올 데가 없다. 해방 직후 북한이 전기를 일방적으로 끊었을 때 남한이 극심한 전력 부족으로 고생한 기억을 떠올리면 된다. 요즘은 전력 사정이 나아져서 그런 걱정을 하지는 않지만 만에 하나 경영을 잘못하면 우리 경제의 근본이 흔들리게 된다. 현재의 경영자가 수조원이 소요되는 투자 결정을 하는 시점에서는 무엇을 잘하고 못했는지 제대로 판단하기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전력사업의 책임자가 내리는 결정은 곧바로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5년, 혹은 10년 뒤에 그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전문성이 일천한 경영자가 자기의 경영 실적을 쌓기 위해 본질이 아니라 표면적인 경영 혁신에 매진하게 되면 정말로 큰일이 날 수도 있다. 국내 어느 항공회사가 경영합리화를 위해 10여년 전에 고임금인력을 대거 퇴출한 사례가 있었다. 그 항공회사는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비행기를 띄웠다가 여러 번의 비행기 추락사고로 수많은 승객과 승무원을 잃었고 국제적인 신뢰도 잃었다. 소탐대실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경영 혁신은 스스로를 잘 아는 사람이라야 제대로 할 수 있다. 혹자는 기업 경영이라고 하는 것이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어떤 조직의 책임자로서 성공했던 경험을 살리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병원 의사라고 모든 병을 다 알고 고치는 것이 아니고 모두 자기의 전문 분야가 있듯이 전력사업은 전력사업을 아는 사람이라야 근본 문제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고 고칠 수 있다. 전력사업에 대한 기본 소양이 부족하면 핵심 문제를 알고자 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미국의 어느 전력회사 경영진은 냉각수에 수초(水草)가 섞여서 들어오는데도 그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기보다 전력을 더 생산하는 데 온갖 노력을 집중한 나머지 급기야 수초가 발전소의 핵심기기를 완전히 망가뜨려 그동안 벌어들인 수익보다 훨씬 큰 손해를 입은 적도 있다. 글로벌 경영시대에 무릇 경영인은 앞을 내다보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한 기업의 최고책임자는 기업을 경영하는 기법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영감각을 갖지 않으면 안된다. 이러한 경영감각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세계 각국의 전력계 인사와의 폭넓은 교류로 구축한 소위 관계자본이 충실해야 한다. 앞으로 전력사업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돼야 할지에 대한 식견과 비전이 있어야 기업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우리 국민과 경제가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한명이 수만명을 먹여살릴 수 있다는 이야기는 비단 전자나 반도체산업에서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전력산업의 특성과 근본적 한계와 문제를 제대로 아는 경영자라야 전력산업의 비약적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3년의 임기는 배워가면서 경영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다. 전력사업의 앞날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필자는 발전회사 경영진 공모에서 제대로 된 경영자가 선발되기를 희망한다. 전력은 개인과 국민, 나라의 생명이다. 평화적 이용인 원자력발전은 고도의 전문성, 안정성과 신뢰성이 요구되는 전문 경영 분야다. 국민은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을 바란다. 믿음은 전문성과 경력이 기초가 된다. 더 훌륭한 경영진이 국민을 편안하게 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조금 아는 것도 힘이지만 더 아는 것은 더 큰 힘이다. 비엔나에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규모가 어떤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바로 아는 것을 국민은 진정으로 바랄 것이고 한전의 발전자회사 경영진 선발 과정에도 이 점이 분명히 적용돼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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