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오

[제약회사 CEO 릴레이 인터뷰] 김동연 일양약품 대표

백혈병 신약 2010년 출시 "세계시장 공략"<br>'IY5511' 2상 임상시험 내년초 亞 10개 병원서 진행<br>음성에 첨단시설 신공장 계획… 中 투자도 더 늘릴 것<br>항궤양제 '놀텍' 내년 시판… 제약사 인수는 추후검토


자양강장 드링크 '원비D'로 한 때 '박카스'의 아성을 넘봤던 일양약품이 최근 신약개발 회사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항궤양제 '놀텍(성분명 일라프라졸)'을 국내 14번째 신약으로 승인받은데 이어 다국적제약사 노바티스의 '글리벡'을 뛰어넘을 백혈병치료제로 기대를 모으는 'IY5511'이 이르면 2010년 신약 허가를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2개의 글로벌 제품을 잇따라 개발하는 '연타석 홈런'을 터뜨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연구소장으로 두 가지 약물 개발의 주역인 김동연(58ㆍ사진) 대표이사 부사장은 이 같은 공로로 지난 3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11일 보건복지가족부와 보건산업진흥원이 주최한 '2008 보건산업기술대상' 시상식에서 '보건의료기술진흥사업 우수연구자'로 장관 표창을 받아 겹경사를 맞았다. 김동연(58ㆍ사진) 대표는 "빠른 시일 안에 글로벌 제휴사를 찾아 항궤양 신약 '놀텍'의 미국 내 최종단계(3상) 임상시험에 돌입, 30조원에 이르는 세계시장 공략에 나서겠다"며 "IY5511도 초기 임상시험이 잘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이르면 2010년 초 출시해 다국적제약사가 독점했던 백혈병치료제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김 대표와 일문일답. -장관 표창을 받게 해준 백혈병치료제 IY5511은 어떤 제품인가. ▦노바티스가 독점하고 있는 만성골수성 백혈병치료제를 국산화하기 위해 5년 전부터 개발했다. 백혈병 치료의 국내최고 권위자인 가톨릭의대 김동욱 교수가 진행중인 1상 임상시험이 내년 2월 종료되면 바로 2상시험에 돌입할 것이다. 2상은 중국을 포함해 아시아 10개 병원이 참여하는 다국가 임상으로 진행된다. 내년 말 2상이 종료되면 시판허가를 받아 이르면 2010년 출시할 계획이다. 기존 치료제보다 30% 이상 저렴하게 공급, 환자들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을 것이다. 동물실험 결과 기존 치료제보다 20~60배 이상의 효과를 나타내고 부작용이 적어 기존 치료제가 듣지 않는 백혈병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차세대 신약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달 보건산업진흥원의 신약 임상시험 연구과제로 선정돼 향후 2년간 정부의 제약업계 신약 지원금으로는 최대 규모인 38억원을 지원받게 됐다. -백혈병치료제를 글로벌화 하기 위한 노력은. ▦이 제품을 공동 개발하고 싶다며 자료를 보내 달라는 다국적기업들의 문의가 최근 늘고 있다. 하지만 임상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했다. 효능이 입증돼야 높은 가격에 협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만성골수성 백혈병치료제 시장은 중국을 빼고도 연간 4조원 대에 이른다. -미국 제휴사인 탭(TAP)이 일본 회사에 인수되는 바람에 놀텍의 미국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제휴사의 문제로 급작스럽게 임상시험이 중단돼 매우 안타깝다.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면 내년 하반기에는 3상 임상시험을 마치고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지금으로서는 10개월 정도 지연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이 와중에 국내 신약 허가를 받았고 지난해 첫 발매한 중국에서의 시판도 잘 이뤄지고 있는 만큼 더 좋은 여건으로 타사와 협상할 수 있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됐다. 현재 탭사를 대체할 제휴사 후보로 4곳 정도를 압축했다. 내년 상반기 안에 협력사 선정을 마무리하고 미국 내 3상 임상시험에 들어갈 계획이다. 연간 30조원에 이르는 항궤양제 시장을 공략할 날이 멀지 않았다. -놀텍은 기존 치료제에 비해 어떤 장점이 있나. ▦놀텍은 아스트라제네카의 '로섹' '넥시움' 등과 같은 프로톤펌프저해제(PPI)계열 신약이지만 작용하는 효소가 다르다. PPI계열 약물은 위장에서 산을 만들어내는 효소를 억제, 위산방지 작용이 있는데 기존 제제들은 '2C19'라는 효소를, 놀텍은 '3A4'라는 효소를 억제한다. 그 결과 놀텍은 역류성 식도염(위산이 역류해 식도를 손상시키는 질환) 치료시 기존 제품보다 2배 이상의 강한 위산 억제력을 보이며 가슴이 타는 듯한 작열감 증상을 6분의 1 수준으로 줄여준다. 보다 지속적인 효과를 나타내 재발률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보다 중국에서 가장 먼저 발매됐는데. ▦중국은 지역마다 보험등재를 따로 해야 한다. 현재 중국 내 4개 지역에서 시판 중이며 내년부터 전 지역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은 매우 큰 의약품 시장이다. 일양약품은 10년 전부터 중국 내 투자를 꾸준히 해왔고 현재 공장 2곳을 가동 중이다. 앞으로 투자를 더 늘릴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언제 발매되나. 또 판매 목표는. ▦보험약가가 결정되는 내년 상반기에는 발매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20년간 투자해 결실을 이룬 신약이라는 점을 고려해 약가를 제대로 책정해 줬으면 한다. 현재 중국에서는 놀텍이 정당 3,400~4,100원 정도에 판매된다. 비슷한 계열의 복제약 가격까지 합친 평균가를 기준으로 신약 가격을 책정하는 것은 신약개발 의지를 꺽는 것이다. 신약개발을 독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발된 신약을 제대로 평가해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국내에서 약가를 제대로 책정해줘야 향후 다른 나라에서도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 국내 회사 몇 군데서 함께 판매하자는 코프로모션 제의가 왔으나 단독판매하기로 결정했다. 부족한 영업력은 인원을 보충해 강화할 것이다. 현재 국내 항궤양제 시장은 7,500억원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 중 30~35%를 점유하는 게 1차 목표다. -연구소와 생산시설의 신규투자 계획은? ▦현 신갈공장을 대체할 첨단시설을 갖춘 신공장을 오는 2011년께 충북 음성에 만들 예정이다. 당초 연구소도 신공장 옆에 큰 규모로 지을 계획이었으나 우수 연구인력을 유치하기 힘든 점을 감안, 수도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기흥 윗쪽에 지을 계획이다. -구조조정 및 타사 인수합병 계획은? ▦1,000억원대 제약회사 인수를 시도하다 탭사와의 급작스런 결별로 무산됐다. 조직 슬림화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그동안 지속적인 인적ㆍ물적 구조조정을 해 왔다. 놀텍의 글로벌 제휴사가 정해지고 신약개발이 잘 진행되면 적합한 인수대상을 다시 찾아 나서겠다. -중위권 제약사 중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투자비율이 6.8%로 비교적 높다. ▦선진국 제약기업에 비하면 너무도 부족한 수치다. 매년 꾸준히 올리려고 노력 중이다. 향후 복제약을 제외한 순수 신약개발 R&D비율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32년간 신약연구 몰두… 지금도 연구소장 겸직 ● 김동연 대표는 김동연 대표는 32년간 일양약품 연구소에서 신약 연구에 매진해 왔으며 지금도 연구소장을 겸직하고 있다. 항궤양제 신약 '놀텍'은 그가 1987년 물질특허가 도입된 이후 1,145번째로 합성해 개발한 의약품. 이 같은 공로로 지난해 말 유태숙 사장 사임 이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연구소장 출신답게 침착함ㆍ온화함을 겸비한 덕장으로 통한다. 20년간 개발해온 놀텍이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신약 승인을 받은 날의 소감을 묻자 그는 "자식을 얻은 것처럼 너무 기뻐 어안이 벙벙할 정도였다. 그날 일양약품 전국 지점들과 함께 일제히 같은 시간에 회사 옥상에서 맥주 파티를 벌였다"고 말했다. "오너(정도언 회장)의 신약개발 의지가 없었다면 놀텍도 빛을 보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연구원 시절 연구에 빠져 퇴근 통근버스를 놓친 적이 다반사였던 김 대표는 직원들에게 늘 "초심을 잃지 말고 일에 미치라"고 강조한다. ◇약력 ▦1950년 강원도 삼척생 ▦삼척고 ▦한양대 화학공학과 ▦아주대 대학원 분자과학기술학과(의약화학 박사) ▦1976년 일양약품 중앙연구소 입사 ▦2001년 중앙연구소 전무 ▦2008년 일양약품 대표이사 부사장 ▦'대한민국 신약개발상', '2008 보건의료기술진흥사업 우수연구자' 보건복지가족부장관 표창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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