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대기업 계열 금융사 돈흐름 특별 감시] 보험·저축은행 통한 자금 동원 현미경 추적… 제2 동양사태 차단

구조조정 데드라인 코앞인데 자산매각 지지부진

금융당국 감시 벗어나려 계열사 이용 정황 포착

시장성 차입금 일정 수준 이상 기업 공개도 추진

지난 15일 서울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은행장 회의에 참석한 최수현(왼쪽 두번째) 금융감독원장이 기업들의 원활한 구조조정을 당부하고 있다. /서울경제DB


금융당국이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자금 흐름에 대한 집중 점검에 나선 것은 자산매각이 늦어지고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일부 기업들이 편법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일부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의 자금 상황을 특별하게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특히 다음달 대기업집단에 대한 주채무계열 선정과 3ㆍ4분기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앞두고 상당수 기업들이 계열사를 동원하거나 기업어음(CP) 등을 발행해 주채권은행의 여신을 상환하고 이를 통해 당국의 구조조정 올가미를 벗어나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당장 지난해 동양그룹만 해도 금융권 차입을 회사채·CP 등 시장성 차입으로 전환해 주채무계열에서 벗어났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대규모 부실이 발견됐다"며 "올해에는 그 같은 악순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계열사들 간의 자금 흐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이에 따라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금융 계열사들이 발행하는 수신상품 금리 추이부터 시작해 회사채ㆍCP 등의 불완전판매 정황 및 계열사를 동원한 유상증자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이미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증권에 대해서는 금감원 차원의 특별검사도 진행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와 함께 주채무계열이 아닌 대기업 집단 가운데 시장성 차입이 많은 기업은 총차입금과 시장성 차입금(CP·회사채 등) 규모를 공시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속도 못 내는 기업 구조조정=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올 초부터 부채비율이 높은 대기업 그룹들에 선제적인 자산매각을 수차례 독려했지만 구조조정 속도는 아직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구조조정 매물이 쏟아지고 있지만 경기악화로 마땅한 매수자를 찾기가 어려운데다 신속한 매각을 촉구하는 채권단과 제값을 받겠다는 그룹 간 갈등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대기업 집단인 동부그룹·현대그룹 등의 경우 이미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안이 발표됐으나 핵심 계열사 매각 작업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동부의 경우 1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동부제철 인천공장 지분 및 동부발전당진, 동부하이텍 매각 등이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현대그룹의 경우 현대증권 등 금융 3사 매각을 통해 7,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시장에서는 이 자체가 과도한 목표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나마 구조조정이 스케줄대로 진행되고 있다는 한진해운만 해도 자금줄인 대한항공의 부채 비율도 여유롭지 못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신용평가사들이 최근 구조조정 기업들에 대해 일제히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계열사 자산매각과 이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은 더욱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단과 그룹 측은 구조조정의 속도를 놓고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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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구조조정 데드라인은 점점 다가와=이런 가운데 금융당국 주도로 이뤄지는 기업 구조조정의 데드라인은 점차 다가오고 있다.

당국은 앞서 금융기관 신용공여액이 많은 42개 계열을 올해 주채무계열로 선정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무려 12개나 증가한 규모다. 금융권 차입이 많고 부실 위험이 높은 기업과는 5월 말까지 재무구조재선 약정을 체결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한다.

이와 별도로 기업 구조조정 촉진법에 따라 주채권은행 주도로 이뤄지는 워크아웃도 본격화되고 있다.

채권은행들은 이달 말까지 신용공여 500억원 이상인 기업들과 당행 여신 50억원 이상인 기업 등을 선정해 세부적인 등급 평가에 들어간다. 시중은행의 한 리스크 담당 부행장은 "오는 6월까지 기업들에 대한 등급평가를 마무리 짓고 7월에 퇴출 기업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권 차입이 많은 기업들은 은행 여신을 최대한 줄이고 시장성 차입을 늘리는 편법을 통해서라도 금융당국의 감시망을 벗어나려 시도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인이 있는 오너 기업들의 경우 금융권 여신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이미 분주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그 과정에서 계열사를 동원한 불법적인 자금 지원도 이뤄질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동양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당국, 기업 꼼수 막을 수 있나=지난 2010년 동양그룹은 주채무계열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계열사 간 CP 돌려막기를 한 결과 2010년 주채무계열에서 제외됐다. 이후 회사채 발생이 갑자기 늘어나는 등 부실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됐지만 금융당국은 신속한 대응을 하지 못했고 결국 동양그룹이 무너지면서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려야 했다.

2011년부터 주채무계열에서 빠졌다가 올해 다시 편입된 현대그룹도 이와 비슷한 사례다. 그룹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은 그간 주로 시장성 차입에 의존해왔다. 그룹 해체에 직면한 STX와 웅진의 경우 계열사끼리 유상증자를 하거나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수명을 연장해왔다.

금융당국은 올해에는 이 같은 기업들의 편법적인 자금조달을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걸러내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금감원이 현대증권의 금융상품 불완전 판매 여부에 대한 특별 검사에 착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하락했는데 여전히 높은 금리의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다면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 즉각적인 대응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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