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계 씀씀이에 비상이 걸렸다.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도시근로자의 소비지출증가율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당연하면서도 바람직한 현상이다.통계청이 발표한 올 2·4분기 도시근로자가구 가계수지동향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2백21만1천9백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5% 증가했으나 작년 동기의 증가율 13.3%보다는 크게 둔화됐다.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1백41만1천8백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5% 증가에 그쳤다. 이는 소득증가율의 절반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증가율 17.2% 대비, 무려 12.7%나 줄어든 것이다. 명목지출로는 통계청이 집계를 시작한 지난 63년이래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소득이 줄어들자 도시가계마다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는 참이다. 모든 부문에 걸쳐 지출증가율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교육비다. 월평균 지출액은 12만7백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5.8%가 증가했을 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증가율은 18.6%로 12·8%나 떨어진 셈이다. 지금까지 자녀교육열만큼은 경기변동에 크게 좌우되지 않았으나 이처럼 증가율이 하락한 것은 무척 이례적이다. 개인교통비는 오히려 2.8%나 감소했는데 이는 자가용 승용차 구입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불황의 골이 깊이 패여 있다는 반증이다.
도시가계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한편 가족전체가 소득증대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구주의 근로소득은 1백47만9천원으로 6.5%증가에 그쳤으나 배우자근로소득은 21만1천4백원으로 14.0%나 증가한 것이다. 또 기타 가구원들의 근로소득도 18만1천5백원으로 11.6%가 늘었다. 선진국과 같은 「올 라운드 플레이」(All Round Play)의 양상이다.
그러나 나라전체가 이처럼 캠페인을 전개하다시피 근검·절약에 나서고 있는데도 일부 계층의 흥청망청은 여전하다. 최근 검찰에 적발된 라스베이거스 도박꾼하며 일부 해외여행객들의 무분별한 쇼핑 등은 근로자들의 의욕을 꺾고 있다. 이번 휴가철 행락객들의 놀고 먹자식 행태도 예전과 달라진 바 없다.
아직 경기는 저점을 헤매고 있다. 정부에서는 각종 대책을 내놓았지만 지금 시중에서는 추석(9월16일)을 전후한 금융대란설이 좀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총체적 위기라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가계에서나마 씀씀이를 줄이고 허리띠를 바짝 졸라 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