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업무와 일정 등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양길승(梁吉承ㆍ47)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지역 유지가 운영하는 고급 술집과 호텔에서 향응을 제공받은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이 같은 내용을 파악하고도 노 대통령에게 보고조차 하지 않은 채 문제삼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양 실장은 지난달 28일 충북 청주시 인근 청원군의 한 식당에서 민주당 충북도지부 간부, 당원들과 식사를 한 뒤 일부 참석자 및 지역 인사 5, 6명과 함께 청주 시내 K나이트클럽으로 자리를 옮겨 술자리를 가졌다.
양 실장은 술자리가 끝난 뒤 나이트클럽 인근 R관광호텔 501호실(스위트룸)에서 잠을 잔 뒤 다음날 서울로 돌아왔다. 양 실장이 묵은 R호텔 501호실은 지난해 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청주를 방문했을 때 묵었던 방이다.
양 실장이 술을 마시고 잠을 잔 K나이트클럽과 R호텔의 소유주는 최근 경찰에서 조세포탈 및 윤락행위 방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이모씨로, 이씨도 술자리에 합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씨는 최근 경찰 수사에 크게 반발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양 실장이 이씨로부터 수사 무마 등의 청탁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씨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청주 지역 인사들을 조직해 노 후보측을 도와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지난 5월부터 직원들이 `모든 국민`과 `모든 공무원`들로부터 3만원 이상의 금전, 선물, 향응 등을 제공받는 것을 금지한 윤리강령을 시행중이다.
이에 대해 양 실장은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국민경선 과정에서 당시 노무현 캠프의 충북팀장을 맡았던 오모(현 민주당 충북도지부 부지부장)씨가 `경선 때 함께 고생했던 사람들을 격려라도 해달라`고 요청해 내려갔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양 실장은 “저녁만 먹고 귀경하려 했지만 오씨 등이 붙잡는 바람에 술자리에 가게 됐고, 방도 이미 마련돼 있어 잠을 잔 뒤 올라왔다”며 “이모씨는 술 자리에서 `대선 때 고생한 사람`이라고 소개받아 처음 만났고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줄은 전혀 몰랐으며 수사 무마 청탁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양 실장은 그러나 “청주에서 술 자리를 가진 것에 대해 민정수석실에 해명했으나, 대통령께는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태규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