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사스,이라크戰보다 더 큰위협”

”사스(SARSㆍ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가 전쟁보다 무섭다” 중국 남부 광둥성에서 시작된 사스가 아시아 지역은 물론 캐나다, 미국, 북유럽 지역에까지 번지면서 전세계 경제가 값비싼 희생을 치르고 있다. 이라크전 발발과 함께 빈번하게 제기되고 있는 전세계 동반 침체 가능성도 더욱 커졌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질병의 진원지인 중국이 `세계의 제조공장`으로 불리고 있는 만큼 중국 출장 취소와 공장 폐쇄 등으로 인해 세계 각국 기업들은 그 피해를 `몸으로` 직접 실감하고 있다. `최상의 투자처`로 자리매김해 온 중국의 위상에도 크나큰 손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글로벌 더블 딥이 임박했다”=대표적 경제 침체론자인 모건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는 4일 보고서를 통해 전쟁, 불확실성, 질병이 이미 취약해진 세계 경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며 세계 경제가 올해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전쟁에 이어 사스가 아시아 경제의 성장률을 떨어뜨려 세계적인 침체를 촉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랫동안 급성장을 거듭해온 `세계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아시아가 흔들리면 전쟁과 불확실성으로 취약해 진 세계가 기댈 곳이 없어진다는 게 그의 설명. 미 경제주간 비즈니스위크 아시아판 최신호(14일)도 “사스가 이라크전보다 더 큰 우려를 불러오고 있다”는 퀄컴 CEO의 말을 인용하며 가뜩이나 ▲이라크전 ▲증시 불황 ▲북미ㆍ유럽 수요 침체 등으로 휘청이고 있는 세계 경제가 사스로 인해 `결정타`를 맞았다고 분석했다. ◇전세계 제조업에도 큰 타격=발병 초기 홍콩 등 아시아의 여행, 소매 업계에 국한됐던 피해는 점차 전세계 전자 제조업 등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사스가 창궐하고 있는 중국 남부 지역에 대부분의 반도체 생산 시설을 두고 있는 타이완의 반도체 업체들이 최근 중국 출장이 금지되고 제품 납기일이 연기되면서 전반적인 영업활동이 마비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은 그 같은 예. 특히 중국,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에는 컴퓨터, 휴대폰, 카메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들의 부품이 생산되고 있기 때문에 자칫하다가는 전세계 전자관련 제품의 제조 과정이 거의 `올 스톱`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모토롤러 싱가포르 기지의 한 근로자가 사스 증세를 보이면서 이 공장이 하루동안 전면 폐쇄되고 근로자들을 대피시키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중국 `최고 투자처` 위상도 추락=거칠 것 없던 중국의 `성장가도`에도 사스가 최대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값싼 노동력의 메리트를 찾아 앞다퉈 중국으로 몰려들었던 전세계 기업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국이 얼마나 위험한 투자처인가를 새삼 실감하기 시작한 것. 중국은 지난해 외국인 직접투자(FDI) 규모가 500억 달러를 넘는 등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투자처로 군림해왔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사스에 대한 대응방식을 지켜본 외국인 투자자들은 큰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앤디 시에는 “가장 큰 문제는 외국 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위기에 대한 대처능력을 신뢰하지 못하게 됐다는 것”이라며 “신뢰 훼손은 중국 경제에 치명적인 손상을 끼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혜경기자 ligh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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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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