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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 내전이 마무리됨에 따라 리비아는 이른 시일 내에 정치적 혼란을 수습하고 민주적인 정권이양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리비아 내의 극심한 부족 간 갈등과 민주 정치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은 향후 정치 일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제사회의 관심은 리비아 안정을 위해 핵심역할을 맡을 과도국가위원회(NTC)의 행보에 맞춰져 있다. 영국의 BBC방송은 포스트 카다피 체제를 맞아 NTC가 리비아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NTC는 현재 국제 사회에서 리비아의 유일한 합법적 기구로 인정받고 있으며 이미 카다피 체제 이후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해놓았다. NTC의 로드맵에 따르면 리비아는 앞으로 8개월 내에 직접선거를 통해 제헌의원 200명을 뽑을 예정이다. 이렇게 구성된 제헌의회는 1년 동안 민주주의에 기초한 헌법 초안을 마련하고 국민투표를 거쳐 헌법을 확정한 후 2013년까지 민주적인 방식으로 총선과 대선을 치르고 최종적으로 정권을 이양하게 된다. 그렇다면 차기 정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인물은 누구일까. NTC가 비록 정권을 이양한 뒤 물러나겠다고 했지만 이들을 대체할 마땅한 대안이 없는 만큼 향후 구성될 정부에서도 NTC의 핵심인물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스타파 압델 잘릴 NTC 위원장을 비롯해 마무드 지브릴 NTC 총리, 알리 타르후니 NTC 석유ㆍ재무장관, 압델 하킴 벨하지 리비아 반군 사령관 등 NTC의 주요 지도자들은 차기 정부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들이 140여개에 이르는 크고 작은 부족의 이해관계를 잘 조율하고 안정적으로 정권을 이양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미 지난 7월 NTC 내부갈등으로 압둘 파타흐 유니스 전 시민군 최고사령관이 피살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까지는 카다피라는 공공의 적이 있어 협력관계가 유지될 수 있었지만 카다피가 사라진 후 이들 간의 갈등은 언제든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다. 또한 카다피가 통치한 42년 동안 리비아에는 어떤 정부기관이나 정치적 정당 조직도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점이 과제로 남아 있다. 민주적인 정치는 물론 선거 경험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만큼 일정 기간 혼란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이미 일부 정치세력 간에는 갈등의 불씨가 커져가고 있다. 미수라타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한 반군과 베르베르족은 대표적인 사례다. 미수라타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반군과 베르베르족은 그동안 자신들이 NTC로부터 소외됐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최근 미수라타 군사위원회 지도부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NTC 지도부에는 미수라타 출신이 단 한 명도 없다"며 "그들은 미수라타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기를 원하지 않으며 혁명 과정에서 미수라타는 사라져버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베르베르족도 정치적으로 소외됐다며 비판하고 있다. 이처럼 여러 가지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리비아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리비아가 겉으로는 현대 국가의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정서적으로는 부족적 전통에 기반을 두고 있는 나라이며 이에 따라 한정된 자원을 두고 부족끼리 목숨을 걸고 싸울 수밖에 없는 운명적 긴장감이 항상 존재하는 나라"라고 지적했다. 리비아의 이 같은 특성은 짧은 시간에 카다피를 무너뜨린 요인이 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포스트 카다피' 체제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는 새로운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