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가전시장에 '황색 경보'가 발효된 가운데 중국, 인도를 비롯, 주요 전략 시장에서 LG전자의 에어컨 시장 점유율이 뒷걸음치면서 LG전자의 에어컨 지존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하이얼을 대표주자로 한 중국 업체들이 가격경쟁력 등을 바탕으로 대공습에 나섰고 고가 제품에서는 일본 공세도 만만치 않아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세계 1위를 지켜온 LG전자의 '에어컨 1위' 독주체제가 도전받고 됐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천600만대 안팎으로 추산되는 전세계 에어컨시장(가정용기준) 가운데 중국 시장이 3분의 1 가량을 차지하는 등 한국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점유율(판매량 기준)이 60%에 육박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LG전자 중국.인도 점유율 '뚝' = 1일 시장조사기관인 Gfk에 따르면 LG전자의올해 1-8월 중국내 에어컨 시장점유율은 3.8%로 작년 같은 기간 7.2%에서 3.4%포인트나 주저앉았다.
이 기간 중국내 에어컨 매출도 약 6억달러로 작년 동기(약 9억 달러) 대비 33%보다 추락했으며 순위도 작년 동기 4위에서 8위로 네 계단 떨어졌다.
중국 국가정보센터가 발표한 2005년도 냉동연도(2004. 9.1∼2005.8.31)의 브랜드별 점유율 예상치에 따르면 하이얼, 메이더, 거리, TCL, 창홍 등 자국 브랜드에밀려 LG전자는 점유율 2.85%로 10위권 밖으로 밀려날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 국가정보센터는 하이얼, 메이더가 각각 16.22%, 13.21%의 점유율로 중국시장에서 1, 2위를 달릴 것으로 내다봤으며 중국 시장의 경우 업체들의 경쟁적 생산능력 확충으로 내년도 심한 공급과잉 및 이에 따른 출혈경쟁도 우려되고 있다.
인도에서도 올해 1월 43.3%에 육박하던 LG전자의 현지 에어컨 점유율이 8월 32.8% 수준으로 떨어졌고 특히 월별로 ▲5월 40.6% ▲6월 39.0% ▲7월 34.4% ▲8월 32.8% 등으로 성수기인 한여름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중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홍콩, 대만호주 등 아.태 지역에서의 시장 점유율도 작년 상반기 8%에서 올해 상반기엔 6%로떨어졌다.
싱가포르는 14%에서 8%로, 말레이시아는 16%에서 10%로, 인도네시아는 15%에서13%로, 홍콩은 4%에서 3%로 각각 하락했다.
서유럽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스페인 시장에서의 올해 2-7월 점유율이 작년동기 11.7%에서 10.2%로 감소했다. 특히 성수기인 6-7월의 경우 작년 동기 12.5%에서 올해 9.5%로 낮아졌다.
그리스는 작년 2-7월 1.7%에서 올해 같은 기간에는 3.7%로 떨어졌고 같은 기간스페인, 그리스, 이탈리아 3개국 평균 점유율은 8.8%로 작년 동기(8.3%)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미국 시장에서는(몇 월까지) 지배력이 강화, 골드스타 브랜드 판매량은작년 6%에서 올해 1∼9월 6.1%로 현상유지했고 LG 브랜드는 1.3%에서 3.2%로 상승했다.
LG의 에어컨 시장 지배력이 상당수 지역에서 약화된 가장 큰 이유는 중국 업체들이 강공 드라이브를 걸면서 영향력을 급속도로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수.합병 등 구조조정을 거쳐 40여 곳으로 줄어든 중국 에어컨업계는 하이얼,메이더, 거리 등을 주축으로 가격경쟁력 등을 내세워 해외 공략에 가속도를 내고 있으며 판매단가도 높아져 `값싼 중국산' 이미지 벗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 시장만 하더라도 하이얼의 에어컨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연간 4%에서 올해7.6%로 급상승, 순위도 작년 8위에서 5위로 3계단이나 뛰어올랐다.
업계 안팎에서는 올해까지는 LG전자가 시장점유율 위축에도 불구, 1위를 고수하겠지만 올해 하이얼이 일본 다이킨을 누르고 2위로 오른 뒤 내년에는 LG전자의 1위자리까지 넘볼 가능성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는 앞서 일본 후지경제연구소 조사결과를 발표 인용, 지난해 5천100만대규모의 전체 에어컨 시장에서 자사가 1천12만대를 팔아 19.6%의 점유율로 2000년 이후 5년 연속 세계 1위에 올랐다고 발표한 바 있다.
◇ LG전자, `입지 전혀 문제 없다' = LG전자는 일부 지역에서의 시장 점유율 하락은 프리미엄급 위주의 제품군 재편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며 당분간 판매가 다소줄더라도 프리미엄 위주로 제품군을 재정비해 나가는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다.
LG전자측은 "중국만 하더라도 기존 보급형(범용) 제품 위주에서 프리미엄 위주로 라인업을 바꾸는 작업을 진행, 상대적으로 점유율이 떨어졌지만 평균 판매단가는오히려 높아졌다"며 "LG 에어컨 해외 수출 부문 매출에서 중국(12%), 인도(11%), 그외 아시아(11%)를 합해도 34% 정도로 큰 비중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보급형 제품시장에서 중국산 등과의 출혈경쟁으로 소모전을 빚기보다는 프리미엄 위주로 타깃을 업그레이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양'에 치우친 성장에서 탈피, 수익성도 개선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LG전자는 중국내 에어컨 판매량 중 시스템 비중을 작년 5%에서 올해20%로 높이는 등 시스템 에어컨 부문도 전체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LG전자의 경우 전문점 판매물량이 적지 않은데 Gkf 조사의 경우 이 부분이 빠져 있는데다 올들어 크게 증가한 시스템 에어컨 부분도 포함돼지 않아 LG전자 에어컨 판매의 전체적 윤곽을 나타냈다고 보기 어렵다"며 "에어컨 시장에서 부동의 입지를 유지해나가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