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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50% 점유율을 발판삼아 특수 전선 분야를 대표하는 글로벌 중소기업이 되겠습니다."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어둡던 거리는 화려한 네온사인 불빛으로 물들어갔다. 번쩍이는 네온사인 내부를 연결하는 보합 전선은 당시 PVC 소재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PVC 고압선을 연결할 경우 몇 년이 지나지 않아 피복이 갈라져버려 합선의 우려가 생겼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실리콘 전선을 사용했지만 수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88년 창업 전선에 뛰어든 심재상(63) 보성실리콘 대표가 실리콘 전선 기술 개발에 도전, 국산화한 이유다.
9일 경기도 부천 보성실리콘 본사에서 만난 심 대표는 "화재 위험이나 외부충격, 강한 자외선 등 높은 안정성이 필요한 곳에 보성실리콘의 특수 전선이 사용된다"며 "사고의 위험에서 견뎌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인증을 확보해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성실리콘은 내열, 내한기능이 뛰어난 실리콘 전선을 기반으로 각종 분야에서 쓰이는 특수전선을 생산하고 있다. 주력제품은 실리콘 전선, 테프론 전선 및 튜브, 그라스튜브, 히팅 케이블, 선박 엔진 콘트롤 케이블, 보상도선 등이다. 주로 건물 바닥에 쓰이는 열선이나 선박 등 높은 열, 혹은 낮은 기온에서 쓰이는 제품의 시그널 케이블로 사용된다.
사업 초기 기술력을 인정받은 이 회사는 삼성과 LG에서 생산하는 밥솥의 히팅케이블을 납품했다. 이후 기술을 기반으로 현대중공업·두산엔진 등 대기업은 물론 100여곳의 거래처와 거래하며 내수시장의 50%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해외에서의 성과도 뛰어나다. 지난1995년 대만에 처음 수출 물꼬를 튼 이후 호주·러시아·일본·중국·유럽 등 전세계 10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심 대표는 창업한 지 약 30년 가까이 지나도록 회사가 탄탄하게 성장할 수 있는 비결로 정직경영을 꼽는다. 수차례 회사 존폐를 위협하는 위기가 찾아 왔지만 평소 다져온 신뢰로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그는 "1990년 들어서면서 주거래처가 두 차례 부도를 맞으며 두 번이나 쫄딱 망할 뻔했다"며 "그때마다 평소에 어음대신 현금결제를 하고 제품을 하나 만들더라도 정직하게 생산해온 덕분에 원료업체는 외상으로 원료를 대주고, 거래처는 관계를 이어갔다"고 말했다.
그가 탄탄하게 회사를 끌어온 덕분에 보성실리콘은 어려움 속에서도 부채 하나 없는 건실한 회사로 성장 중이다. 좋은 기업을 위해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하고 있는 심 대표는 대학원 졸업 후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은 물론 부천수출중소기업협의회 회장을 맡아 지역 업체들의 수출길 개척을 돕고 있다. 심 대표의 생활철학은 일호진보일일(日好進步日日). 하루가 좋으면 나날이 발전해 나간다는 의미다.
그는 "특수케이블에 관해서는 가장 우수한 기업이 되고 싶다"며 "직원들과 함께 하루하루 노력한다면 모두가 행복한 회사가 될 수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