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인 제가 60~70대의 쟁쟁한 국제중재인들 사이에 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국제중재 사회에서 한국의 지위를 인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우리 기업들이 국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김갑유(사진ㆍ44) 변호사는 지난 12일 런던에서 개최된 런던국제중재재판소(LCIA London Court of International Arbitration) 이사회에서 상임위원으로 선임됐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이다. 런던국제중재재판소는 국제상공회의소(ICC)와 함께 세계 양대 국제중재기관으로 꼽힌다. 런던국제중재재판소는 총 35명의 상임위원이 있으며 이중 싱가포르인 1명과 김 변호사 1명 등 2명만 아시아 출신이다. “상임위원회는 중재인 선임과 민감한 문제를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 상임위원들은 모두 국제중재 분야에서 내로라 하는 변호사들입니다. ‘국제중재 마피아’라고 불릴 만큼 손에 꼽히는 몇몇 변호사들만이 그 분야를 주름잡고 있습니다. ‘그들만의’ 리그에 한국인이 들어갔다는 점에서 의의가 큽니다.” 김 변호사는 지금은 국내외적으로 잘 알려진 국제중재 전문 변호사지만 불과 5년 전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5년 전 처음으로 변호사 2명을 데리고 국제중재팀을 만들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국제중재라면 다국적 로펌만의 분야로 알던 시절이었습니다. 국내 변호사들이 국제중재를 하겠다고 나서니 ‘하면 얼마나 하겠냐’는 시각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대형 중재사건들을 승소로 이끌면서 이제 한국 기업뿐만 아니라 외국 회사들도 사건을 그에게 맡기고 있다. 지난 5년간 맡은 수백억원에서 수조원짜리 사건이 100여건에 이른다. 김 변호사가 이끄는 국제중재팀에는 3명의 미국변호사를 포함해 총 8명의 변호사가 일하고 있다. 국제중재 ‘전담’ 팀 중에서는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다. 과거 퀄컴 대 전자통신연구원간의 중재사건에서 전자통신연구원을 대리해 2,000여억원의 로열티를 받아낸 바 있으며 현재는 대한생명 인수를 놓고 벌어진 예금보험공사와 한화 사이의 국제중재 사건에서 예보를 대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