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벙어리 냉가슴’입니다.”
주요 대기업들은 정부가 수도권 공장 신ㆍ증설 허용 결정을 연기하자 관련사업 추진이 전면 보류됐지만 자칫 정책당국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힐까 봐 대놓고 불만을 표시하지도 못하는 모습이다.
현재 수도권에는 LG그룹 4개 계열사가 진행하는 파주 프로젝트와 남동공단ㆍ반월단지 등이 정부의 공장 신ㆍ증설 허용 여부에 연동돼 있다.
특히 LG그룹 계열사의 파주프로젝트는 총 예상사업비만 3조6,000여억원에 달할 정도로 매머드급이다. 하루만 차질을 빚어도 금융비용만 줄잡아 5억원(연리 5% 적용 때) 가량이 발생할 수 있다. 이 사업은 내년부터 가동을 시작하는 파주의 LG필립스LCD 7세대 공장에 원활히 부품을 공급하고자 LG전자와 LG화학ㆍLG이노텍ㆍLG마이크론이 공동으로 추진했던 프로젝트다.
하지만 LG그룹 계열사들은 한결같이 이번 정부의 정책결정 연기 방침에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파주의 ‘파’자만 나와도 손사래를 치며 입을 다문다.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좀더 살펴보자”는 의례적인 답변만 나온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민감한 정책결정이 이뤄지는 시점에 민간기업이 나서서 이렇다 저렇다 입장을 밝히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못하다”고 말했다. LG필립스LCD 역시 “해당 사업은 LG전자 등 4개사가 주관하는 프로젝트이므로 LG필립스LCD가 공장 허용과 관련해 발언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발뺌을 한다.
기업들의 이 같은 반응은 정부의 심기를 건드려 자칫 ‘공장 신ㆍ증설 허용불가’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기업들은 정부가 다국적 기업인 3M에 대해 공장 신ㆍ증설을 허용해줄 때만 해도 덩달아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신ㆍ증설 불가 방침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LG전자는 파주공장이 허용되지 않을 경우 상당한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등이 파주에 LCD공장을 설립하려고 했던 것은 LG필립스LCD의 7세대 공장에 대한 부품공급 거리를 좁혀 물류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으나 이 계획이 무산되면 7세대용 부품 상당수를 기존의 구미공장에서 조달, 비용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