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자사의 반도체 공장의 근무환경이 암 발병과는 무관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으며 최근 법원의 판결을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14일 경기 기흥 반도체 공장에서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미국 안전보건 컨설팅 회사인 인바이론(Environ)사에 의뢰해 진행한 반도체 생산라인 근무환경에 대한 연구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를 총괄한 인바이론사의 폴 하퍼 소장은 “조사 대상 라인인 기흥 5라인, 화성 12라인, 온양 1라인을 직접 정밀 조사한 결과 모든 측정 항목에서 위험물질에 대한 노출 수준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들 생산라인의 35개 유사노출군(SEG, Similar Exposure Group) 중 33개는 글로벌 노출 기준 대비 10% 미만의 위험도를 보였고 나머지 2개에서도 50% 미만으로 위험성이 낮은 것으로 판정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 사업장의 근무환경이 근로자에게 위험을 주지 않으며 회사측이 모든 노출 위험을 높은 수준으로 관리ㆍ제어하고 있다고 인바이론사는 평가했다.
하퍼 소장은 “지금은 문을 닫은 과거 기흥 3라인에 대해서도 삼성전자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작업장을 재구성해 노출 정도를 연구한 결과 백혈병이나 림프종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어떤 과학적 인과 관계도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 라인에서 발병한 6명이 직업적 노출로 인해 림프조혈기계의 암 발생 위험이 증가하지 않았고, 과거 근무환경과 암 발생 사이의 연관성도 없다는 것이다.
인바이론사는 화학물질 50종에 대한 벤젠, 트라이클로로에틸렌(TCE), 포름알데히드 정량 분석 결과 모든 시료에서 ‘불검출(No Detection)’ 결론이 나왔고 방사선 안전성 평가에서도 작업자에게 실질적으로 방사선 노출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방사선을 발생시키는 장비나 설비 79대 모두 납차폐 등을 통해 안전성이 확실히 확보됐으며 작업자에 대한 노출 정도는 일반인이 자연 상태에서 노출되는 양과 동일한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권오현 DS(디바이스솔루션) 사업총괄 사장은 “객관성과 투명성을 가진 제3의 기관을 통해 재조사했다”며 “최종 보고서가 나오면 납품업체나 회사의 기밀사항을 제외하고 공개할 용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결과는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환자 2명에 대해 산업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서울행정법원의 지난달 23일 판결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다.
또 반도체 사업장 환자와 근로자를 대변하는 시민단체 등이 조사 방법 등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온라인뉴스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