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성장보다 '단기적 분배'에 무게

교육ㆍR&D 부문 줄여 복지보다 순위 밀려<br>적자국채 올 3배늘어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

정부가 24일 내놓은 예산안은 적자재정을 감수하더라도 경기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경기회복에 대한 불안감이 갈수록 확산되면서 올해 중점 과제였던 분배와 함께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성장잠재력 확충에 ‘올인’ 하겠다는 것. 올해보다 늘어난 재정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끌어올려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예산 세부내역을 보면 단기적 분배에 치중한 흔적이 역력하다. 내년 예산안에서 5개 중점 분야 중 하나로 꼽은 ‘성장잠재력 확충’ 분야의 예산규모는 15조1,000억원. 이는 복지 분야와 관련이 있는 ‘삶의 질 향상’(25조3,000억원)과 ‘자주국방ㆍ남북협력’ 분야(22조원)에 비해 절대 금액면에서 보면 각각 10조원, 7조원이 적다. 성장잠재력의 핵심인 교육과 연구개발(R&D) 분야는 상대적인 비중면에서 오히려 감소하거나 정체된 상태다. 교육 분야는 올해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2.5%에서 내년에는 12.4%로 오히려 0.1%포인트 감소했고 산업ㆍ중소기업 분야도 5.8%에서 5.4%로 하락했다. R&D 분야도 0.1%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쳐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경기에 민감한 영향을 주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의 비중 역시 13.8%에서 13.2%로 0.6%포인트 하락했다. 교육이나 기업지원, SOC, R&D 등 성장잠재력과 관련된 분야가 복지 분야에 비해 차순위로 밀린 셈이다. ‘성장과 분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고 재정확대 정책을 쓰다 보니 적자규모는 그만큼 더욱 늘어났다. 내년도 예상 통합재정수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0%로 2004년(-0.9%)에 비해 적자폭이 더욱 확대됐다. 모자라는 나라 살림살이를 채우기 위해 적자국채 발행규모가 올해 2조5,000억원에서 내년에는 6조8,000억원으로 3배 가까이 확대됐다. 이처럼 8년째 적자국채를 발행하면서 국가채무는 244조원으로 늘어나 재정건전성 악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GDP 성장률이 내년에는 3~4%로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5%의 실질성장률 달성을 전제로 나라살림이 짜여졌다는 점에서 목표달성 가능성에도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병일 예산처 장관은 “우리나라 국가채무비율 26.2%(올해 기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인 76.0%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며 국민부담으로 실제 상환해야 하는 적자성 채무는 전체의 38%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낙관하고 있는 내수회복 예측이 빗나갈 경우 적자국채의 추가 발행이 불가피하고 재정은 그만큼 훼손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와 통일비용 등을 고려할 경우 재정적자 심화와 국민부담 가중 현상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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