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세 인상 문제를 놓고 지루한 줄다리기를 벌이던 일본 여야 정치권이 결국 인상에 합의했다. 막대한 국가부채가 초래할 위기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치열한 정쟁을 일삼던 일본 정치권이 한발씩 양보한 것이다.
지난 16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은 여당인 민주당과 야당인 자민ㆍ공명당 실무자들이 15일 밤 마라톤 회의를 한 끝에 소비세 인상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주된 내용은 현행 5%인 소비세율을 오는 2014년 4월 8%, 2015년 10월 10%로 올린다는 것이다.
자민ㆍ공명당은 최저연금제 도입을 철회한다는 약속을 민주당으로부터 받아냈다. 최저연금제란 민주당의 대표적 선거공약으로 모든 국민에게 최저연금을 보장해주는 제도다. 그동안 야당은 이를 '대표적인 포퓰리즘 공약'이라며 실현된다면 국가재정 건전성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일본 정치권이 소비세 인상과 최저연금제 철회 등에 합의한 것은 막대한 국가부채 때문이다. 지난해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214%에 달해 그리스(168%)ㆍ이탈리아(109%)보다 월등히 높았다. 그동안 일본 내에서는 부채의 대부분을 내국인이 갖고 있어 큰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유럽을 뒤흔드는 재정위기의 파괴력을 보면서 경각심이 인 것이다.
정부의 총지출 중 세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줄고 국채발행으로 그 공백을 메우는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가에 확신을 주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즈노은행의 야사무사 니시 수석투자 매니저는 "일본 정치권이 '부채를 줄이기 위해 정부도 노력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줄 필요성을 느낀 것"이라고 이번 합의의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정작 민주당 내 소비세 인상 반대세력은 여전히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실제 국회표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오자와 이치로 전 대표는 "총선공약이 모두 깨졌다"며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입장이고 여기에 '다음 국회 회기에서 결정하자'는 중간층까지 돌아선다면 야당과의 합의를 이끌어내고도 소비세 인상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이에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오는 21일 중의원(하원) 표결 전까지 총력을 다해 이들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내년 8월로 예정된 총선 대신 8월에 조기총선이 치러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노다 총리는 "소비세가 국회를 통과하면 국회 해산과 총선거를 통해 민의를 묻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다니가키 사다카즈 자민당 총재도 합의 직후 NHK에 출연해 "소비세를 인상하고 나면 총리는 국회를 해산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는 등 야당 또한 조기총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노다 총리가 이미 야권에 이런 약속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고 총선 후 민주ㆍ자민 양당이 연립내각을 구성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