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이 8일 내놓은 국가경쟁력 평가를 보면 국가의 전체 순위가 뚝 떨어진 것도 그렇지만 하락한 이유가 더 충격을 준다. 쌍용자동차 등의 파업이 경쟁력에 직격탄을 입히면서 우리나라의 노사협력 순위가 최하위권으로 추락한데다 현 정부가 '친기업'을 줄기차게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 활동이 정부 규제에 장애를 받지 않는 순서, 이른바 '정부 규제 부담' 순위가 무려 74단계나 급전직하한 것이다. 기업의 기술력은 세계 톱10(기업혁신 순위 11위)에 오르내릴 정도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찾아가고 있는데 이를 뒷받침해줘야 할 정부와 노조의 발목 잡기는 더욱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우선 국가 전체 순위에서는 지난 5월 스위스국제경영개발원(IMD) 발표에서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 순위가 지난해보다 4단계 오른 27위를 기록한 것과 달리 WEF의 국가경쟁력 순위는 2006년 23위에서 2007년 11위로 급등했다가 지난해 13위, 올해 19위로 2년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WEF의 경쟁력 순위는 해당국가의 경제통계 자료와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가 기반이다. IMD 평가보다 주관적인 설문조사의 비중(3분의2)도 월등히 높다. 때문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평가도 있지만 경쟁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임에는 틀림없다. 평가 결과 스위스가 지난해 2위에서 1위로 올라선 반면 금융위기의 진앙지였던 미국은 1위에서 2위로 내려앉았다. 아시아 국가 중에는 싱가포르가 지난해 5위에서 3위로 올랐고 일본이 9위에서 8위로 대만이 17위에서 12위로 껑충 뛰었다. 중국도 30위에서 29위로 한단계 상승했다. 우리나라의 순위가 수직 하락한 데는 고질적인 약점으로 지적돼온 ▦노동시장 효율성 ▦금융시장 성숙도 ▦제도적 요인의 하락이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5월 발생한 쌍용차 파업에 이은 기아차의 파업 등은 우리나라의 노사협력 순위를 조사대상 133개국 중 최하위권인 131위로 밀어 내렸다. 지난해에도 95위로 하위권이었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 각종 파업이 순위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기업의 해고비용 부담도 109위로 여타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대희 기획재정부 경쟁력전략과장은 "경기침체, 비정규직법 시행시기 임박 등으로 노사관계 부담이 증가함에 따라 노동시장 관련 평가가 부정적이었다"고 말했다. 기업의 자금조달이 어려운 점도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의 약점으로 꼽혔다.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기업의 은행대출용이성(26위→80위), 벤처자본 이용가능성(16위→64위), 주식시장을 통한 자본조달 용이성(11위→38위), 은행건전성(73위→90위) 등 항목의 순위들이 일제히 하락했다. 정부규제는 여전히 국가경쟁력의 약점으로 꼽혔다. 정부규제 부담에 대한 순위는 지난해 24위에서 98위로 무려 74단계이나 떨어져 세부 항목 중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한국이 정부 규제 때문에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 중 하나에 들어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