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도 위기에 직면한 그리스 사태 해결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그리스가 오는 3월20일 만기가 돌아오는 145억유로의 국채는 상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유로존(유로화 사용국)은 그리스가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맞아 유로존을 탈퇴하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구제금융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이후다. 긴축 정책의 여파로 그리스 경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그리스 성장률은 -7.0%를 기록하며 정부 예상치보다 1%포인트 더 줄었다. 이처럼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세수 감소 등으로 그리스가 재정적자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데 실패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유로존 국가들로서는 2차 구제금융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유로존이 15일 2차 구제금융 제공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20일로 연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장클로드 융커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유로그룹) 의장은 이날 유로존 17개국 재무장관들과 3시간30분여 동안 전화회의를 마친 뒤 "최우선 과제인 채무 상환을 보장하기 위한 구체적 메커니즘에 대해 더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연기 이유를 설명했다. 한마디로 돈을 떼이는 사태를 막을 장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물론 융커 의장은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달래기 위해 "그리스 의회가 긴축안을 승인했으며 그리스 연립정부를 구성한 양대 정당으로부터 4월 총선 이후에도 긴축과 개혁정책을 추진한다는 '강력한 보증'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융커 의장은 유로그룹이 20일 회의에서는 구제금융과 관련해 "필요한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유로존이 그리스 구제금융 프로그램의 전부 또는 일부의 제공 여부를 4월 그리스 총선 이후에나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일부 보도를 부인한 것이다.
하지만 융커 의장은 "앞으로 구제금융 프로그램 이행에 대한 감독이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스가 약속을 제대로 지킬 것인지에 대한 유로존의 의구심을 해소할 구체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이자 상환용 특별계정을 설치하자는 독일과 프랑스의 제안이 적극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과 프랑스는 그리스의 상환 능력을 의심하는 채권자들의 불안을 덜어주기 위해 구제금융 자금 중 일부를 떼어내 이자 상환용으로만 인출할 수 있는 특별 계정에 넣어두자고 최근 제안했다.
유로존 국가들의 이 같은 급박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그리스가 결국 디폴트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도 속속 나오고 있다. 1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헤지펀드 업계의 거물인 존 폴슨은 이달 고객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리스 디폴트는 글로벌 경기위축과 시장 불안을 가져와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보다 더 큰 충격을 줄 것"이라며 "유로존은 구조적으로 결함이 있으며 결국 붕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