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4월 14일] 2% 부족한 상근감사제도

우리나라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감사제도를 어느 국가보다 과감하게 대륙법계에서 영미법계로 전환했다. 그러나 당초 취지와는 달리 현행 사외이사 중심의 감사위원회제도는 지속적으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은행연합회가 마련한 사외이사 모범규준이나 집행임원제도 도입에 관한 상법개정안 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현행제도 중 그나마 우리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효율성 제고를 기대할 수 있는 한국형 감사제도로 '상근감사'를 언급해왔다. 하지만 현실은 이러한 기대감을 가차없이 무너뜨렸다. 즉 특정 기업이 상근감사설치 대상이 되는 순간 그 기업의 최대주주는 경영권 위협이라는 '늪'에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권 위협 늪에 빠질수도 우리나라는 2009년 증권거래법에 존재하던 상장회사의 상근감사에 관한 규정을 상법으로 이관했다. 이에 따르면 총자산 1,000억원 이상 2조원 미만의 상장회사는 사외이사는 물론이고 상근감사도 선임해야 한다. 즉 해당 기업의 경영효율성과와는 무관하게 일정한 자산 규모에 달하면 무조건 감사제도를 바꿔야 한다. 그리고 해당 기업의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은 상근감사가 될 수 없으며 상근감사를 선임할 때와 의결권을 행사할 때도 2대주주 이하는 적용되지 않는 3% 의결권제한 규정을 적용하게 돼 있다. 물론 이유는 있다. 최대주주가 이사회를 장악하면서 상근감사도 선임하면 이는 '근친상간적' 지배구조로 감사제도의 본질에 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입법적 논거에는 근본적으로 2가지 오류가 있다. 첫째, 최대주주가 반드시 경영권을 갖는다는 가설에 기초를 뒀다는 점이다. 둘째, 최대주주는 회사가 망할 때까지 경영권을 유지한다는 가설을 전제로 했다는 점이다. 즉 구시대적 기업관에 근거한 입법정책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우리나라 자본시장은 상장회사들을 중심으로 운영된 지 오래됐으며 상장기업들의 경영권은 수시로 변동되고 있다. 최대주주가 어느 순간에 2대주주ㆍ3대주주로 전락하는 것은 물론이고 설령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어도 외국의 거대 투기자본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경영권을 위협받고 있다. 특히 상근감사설치 대상 기업들은 주로 중견기업에 해당하며 이들은 특히 경영권 위협에 취약하다. 따라서 '포이즌 필' 제도와 같은 경영권 방어장치마저 허용되지 않는 법적 현실 속에서 최대주주와 그 특수관계인에게만 감사피선임권과 선임시의결권 제한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결함이 큰 입법제도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경영권을 장악한 최대주주와 그 특수관계인에 대한 견제는 필요하다. 그러나 이들의 경영권 자체를 위협하는 견제장치는 합리성이 부족한 입법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제도는 또 헌법 제126조의 보충성원칙은 물론이고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원칙에도 위배되는 위헌적 요소도 안고 있다. 최대주주 등도 피선임권 인정을 현재 우리나라의 상장회사 감사업무 규정은 세계적으로 우수한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해놓고 있다. 따라서 자산 구분 없이 내부통제 시스템을 운용하는 상장회사의 경우 정관으로 상근감사 선임 여부를 정하도록 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 또한 현행법상 경영권방어장치가 미흡한 점을 고려해 상근감사를 설치한 경우 최대주주 및 그 특수관계인에게도 피선임권을 인정하고 선임투표시 3%의 의결권 제한은 모든 주주에게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 입법정책상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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