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삶의 방향타를 잡기 위해 우리는 치욕과 저항의 역사를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조정래·사진)
"애통하지만 카타르시스가 있는 아리랑을 추구하겠습니다."(고선웅)
광복 70주년을 맞아 소설가 조정래의 '아리랑'이 뮤지컬 무대에서 부활한다. 일제 침략부터 해방기까지 한민족의 생존과 투쟁의 역사를 그린 뮤지컬 '아리랑'의 7월 개막을 앞두고 작품의 원작자와 뮤지컬 극본·연출가가 소감과 포부를 밝혔다.
조 작가는 9일 서울 신당동 충무아트홀에서 열린 광복 70주년 창작 뮤지컬 '아리랑'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역사는 지나버린 세월이요 과거가 아니고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자 미래를 가리키는 나침반"이라며 "광복 70주년을 맞아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아리랑'이 이 땅을 대표하는 좋은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뮤지컬 아리랑은 5,000년 세월 동안 931번의 크고 작은 외침(外侵)에 시달린 한반도, 그리고 그 외침의 끝자락에서 나라를 잃어버린 상처를 다시금 돌아보는 작업이다. 조 작가는 "그 굴욕과 치욕, 저항의 역사는 우리의 오늘과 내일의 방향을 잡기 위해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들"이라며 "광복 70주년이 되는 해 아리랑을 무대에서 선보이는 것은 역사의 '딱정이'를 뜯어내고 생채기에 소금을 뿌리는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3년 전 '아리랑을 뮤지컬로 만들고 싶다'는 박명성 신시컴퍼니 대표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고 묵묵히 응원을 보내온 이유이기도 하다. "원작자가 욕심을 내 개입하면 작품이 산으로 갈 수 있다"는 조 작가는 아리랑의 뮤지컬 작업에 일절 개입하지 않았다고. "'배우 모두 의병처럼 연기하고 있다'는 배우 김성녀 씨의 이야기를 들으니 원작의 간절함이 뮤지컬에도 잘 반영된 것 같습니다. 대본을 보지 않아도 흡족합니다."
극본과 연출을 맡은 고선웅은 '애이불비(哀而不悲·속으로는 슬프지만, 겉으로는 슬프지 않은 척한다)'를 연출 의도로 밝혔다. 그는 "슬픔을 관객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툭툭 터질 수 있게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며 "애통하지만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아리랑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침략부터 해방기까지 다뤘던 방대한 원작과는 달리 뮤지컬은 1920년대 말까지로 시간을 한정했고, 수백 명의 등장인물은 감골댁(김성녀) 가족사를 중심으로 재편했다. 나라의 독립을 위해 애쓰는 의식 있는 양반 송수익 역에 서범석과 안재욱이 캐스팅됐다. 7월 16일~9월 5일까지 LG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