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아사태 계기 부도공포 확산/재벌그룹 “악성루머가 무섭다”

◎재무구조개선·자금비축 등 「안정경영」 급선회/신규투자 줄이고 구조조정 박차최근 대형그룹들의 잇따른 부도유예협약 적용을 계기로 재계의 경영기조가 안정위주로 급선회하고 있다. 기아에 이어 최근 악성 부도루머의 대상이 상위권 그룹으로 까지 번지는 등 부도공포가 확산되면서 재계가 초긴장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루머에 휩싸일 경우 멀쩡하던 회사도 헤어날 수 없는 자금경색의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 지고 있다. 이에따라 재무구조 개선과 긴급사태에 대비한 자금운영 등 전반적으로 안정기조의 경영이 강조되고 있다. 이와관련, 재무구조가 나쁘거나 대규모 설비투자를 수반하는 업종의 주요기업들은 집안단속을 하는데 초비상이다. 주요 그룹들은 시중에 떠도는 루머방지와 정보수집에 사력을 모으고 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적극적인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신규사업의 보류, 신증설 투자의 억제 등으로 재무의 안정성을 강화하고 있다. 또 적극적인 원가절감과 강도높은 경영혁신을 전개, 사원들의 정신무장을 강화하는 등 「시큐리티경영」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최근 불황과 대기업의 부도행진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되자 재고자산과 유동자산의 효율적 관리를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한화는 하반기 투자도 6천5백억원으로 당초계획보다 5백억원 줄여 잡았다. 윤활유사업 포기를 시작으로 과감한 사업구조조정과 수익구조 개선도 추진하고 있다. 신호그룹은 내년 말까지 현재 28개인 계열사를 15개로 줄이고 신호스틸의 서울 문래동 본사 사옥과 영등포 공장 부지, 안양 물류센터 등 모두 3천억원 상당의 비수익 자산을 매각, 재무 구조를 개선키로 했다. 한나그룹은 내실경영을 강화해 하반기 투자는 해외부문을 제외한 전부문에서 동결하고 신규사업 등 사업확장을 자제하기로 했다.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석유화학과 철강업계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설비 신증설을 포기하거나 줄이면서 유동성확보에 나서고 있다. 현대그룹 계열의 현대산업개발은 서산에 연산 13만톤 규모의 ABS수지 공장을 건설, 유화산업에 진출키로 했던 계획을 설계단계에서 보류키로 했다. 효성바스프도 오는 10월까지 연산 4만톤 규모의 ABS 생산설비를 20만톤으로 늘리는 계획을 잠정 중단한 상태댜. 철강을 주력으로 하는 동부그룹은 원가절감을 통한 수익력개선과 과감한 체중감량의 노력을 전개키로 하고 최근 각 사업부문별로 원가구조 개선계획 수립과 매각자산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어려운 시기에 대규모 투자를 벌일 경우 자칫 부도루머에 휩싸일 수 있는 것을 사전에 봉쇄하고 자금력을 확보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이를 통해 불황타개를 위한 사원들의 정신력을 강화한다는 의도도 깔려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경기불황 자체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 대형업체의 부도로 인한 금융시장의 경색과 악성 루머가 더욱 무서운 존재』라며 『멀쩡한 기업이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한 금융시장 안정과 사회적 분위기 안정을 위한 실효성있는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민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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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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