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다시 뛰는 식품기업들] (상) 고급화에 사활 건 식품업체들

맛·웰빙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식음료업계 프리미엄 바람<br>영양·건강 고려 차별화 제품 봇물… 아이들 두뇌 발전 '창의력 과자'도<br>업계 "트렌드 잡아야 살아 남는다"… R&D등 강화 내수시장 공략 총력



"남들 다 하는 '미투(Me, too)제품'으로는 점점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어요. 제품에 새로운 가치를 담아야 하고 기존의 제품과는 확연히 다른 콘셉트로 승부를 걸어야 합니다." 올해 실적 1조3,000억원을 바라보는 대상의 박성칠 사장의 생각이다. 대상은 올 매출이 전년보다 수천억원 늘었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박 사장의 이 같은 각오는 주력제품의 고급화에 팔을 걷은 식품업체들의 고민을 잘 대변한다. 한정된 내수시장에서 누구나 다 하는, 그저 그런 제품으로는 높아진 안목의 소비자를 붙들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미 식음료시장에서 건강을 고려한 웰빙형 상품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았고 과자제품도 단순한 주전부리 대상에서 더 나아가 창의력을 키워주고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까지 제품에 담을 수 있어야 팔리는 시대가 됐다. 제품의 프리미엄화로 정체된 국내시장을 돌파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은 연구개발인력을 크게 늘려 기초연구를 강화하는가 하면 수시로 시장조사를 하고 신제품 체험단을 운영하는 등 고객의 요구를 제품에 반영하는 데 만전을 기하고 있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강에 유익한 성분을 따지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만큼 제품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제품의 차별화는 고급화 추세를 부추기고 있으며 이는 기업의 신뢰경영을 구현하는 하나의 방법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장과 정체의 변곡점에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식품업체들의 노력을 3회에 걸쳐 조명해본다. ◇웰빙 콘셉트로 고객 눈높이 맞춘다=이른바 웰빙 제품은 먹을거리 안전에 까다로운 고객의 마음을 잡기 위한 필수조건으로 통한다. 건강에 효과적인 성분을 배가하고 합성감미료 같은 유해물질은 생산단계에서부터 배제하는 등의 차별화전략은 식품기업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따라서 최근에는 국산 재료로 만든 제품이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해태제과는 '우리 쌀로 빚은 맛깔진 만두 황(皇)'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기존 쌀만두제품들이 평균 1% 내외의 쌀을 넣은 데 비해 이 제품은 1년 이내에 수확한 우리 쌀 85%로 만두피를 만든 말 그대로 진짜 쌀만두다. 해태제과의 한 관계자는 "각종 식품안전사고로 우리 쌀ㆍ곡물에 대한 믿음이 커졌고 쌀 소비 촉진정책에도 기여하는 차원에서 원료비 부담이 크지만 쌀로 빚은 만두제품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은 이달에 '유기농 햇반'을 내놓았다. 햇반의 원료로 농약을 쓰지 않고 친환경 우렁이농법으로 재배한 경기도 용인 원삼농협의 쌀을 썼다. 가공식품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즉석밥을 기피했던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프레시안 더(The) 건강한 햄'도 CJ제일제당이 자신 있게 내놓은 제품이다. 합성아질산나트륨과 L-글루탐산나트륨(MSG), 합성착향료, 합성보존료 등을 빼고 국내산 순돈육 함량을 90%로 높여 프리미엄제품으로 통한다. 동서식품은 고급 커피를 선호하는 소비자를 겨냥해 '맥심 아라비카 100'을 선보였다. 이 제품의 원료로 사용되는 '아라비카'종 원두는 고산지대에서 주로 재배되기 때문에 키우기도 어렵고 손도 많이 가지만 깔끔한 맛과 풍부한 향 때문에 고급 원두커피에 주로 사용되는 품종이다. 다른 원두에 비해 단맛ㆍ신맛ㆍ감칠맛ㆍ향이 뛰어나고 카페인 함량이 적기 때문에 부드러운 커피를 즐기는 한국 소비자들이 특히 선호한다는 설명이다.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도 가미=식품에 맛ㆍ건강 외에 새로운 가치를 담은 제품도 속속 나오고 있다. 동원F&B에서 올 하반기에 출시한 '델큐브참치'는 기존 통조림참치와는 차별화된 모습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저지방ㆍ저칼로리로 트렌드를 접목시킨 것은 기본이고 외양에서도 알루미늄캔 패키지를 벗어나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했다. 특히 천편일률적인 둥근 모양 대신 네모난 모양으로 만들어 내용물이 잘 부서지지 않는 게 장점이다. 과자를 먹으면서 어린이들의 두뇌도 발전시킬 수 있는 이른바 '창의력 과자'도 눈길을 모은다. 해태제과의'얼려 먹는 초코 만들기'의 경우 액체 상태의 초콜릿으로 자신이 원하는 다양한 모양을 만들어 냉장고에 얼려 먹을 수 있고 크라운제과의 '국희땅콩샌드'는 제품 포장상자 안쪽에 인쇄된 코끼리ㆍ공룡 등 동물 그림의 실선을 따라 오려 붙이기만 해도 근사한 동물 조형물이 된다. 농심은 국수를 열량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다이어트식품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최근 선보인 '미인(美人) 국수 275'는 국내 면류제품 가운데 유일하게 체중조절용 조제식품으로 허가 받은 제품으로 색다른 풍미를 선사한다. ◇트렌드를 잡아야 성공한다=남양유업의 '맛있는 두유 GT'는 아침을 거르기 쉬운 현대인들을 위한 제품이다. 특히 속을 든든하게 채워야 하는 겨울 시즌으로 접어들며 직장인과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제품은 기존의 두유들보다 담백하면서 깔끔한 맛이 장점. 두유의 비린내를 없애고 갓 내린 두유액의 참맛과 신선함을 최대한 살렸다. 콩을 쪄서 원액을 추출하는 기존 두유와 달리 뜨거운 물로 콩을 끓이는 GT공법을 이용해 콩의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유지시켰다. 남양유업의 한 관계자는 "최근 두유제품이 아이들뿐 아니라 성인들의 아침 대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맛있는 두유 GT를 전략상품으로 키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리온의 마켓오와 닥터유는 합성감미료 등 인공첨가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 '가공식품은 몸에 해롭다'는 편견을 깨고 있다. 특히 닥터유는 한국인의 생애주기나 평균적인 영양 등을 고려한 제품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할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베스트셀러 제품을 기업 이미지 제고와 연계시키는 전략도 눈에 띈다. 떠먹는요거트시장을 40% 이상 점유한 빙그레 요플레의 '핑크리본 캠페인'이 대표적. 빙그레는 지난 2008년부터 매년 '유방암의 달'인 10월을 앞두고 요플레 핑크리본 에디션을 출시, 수익금의 일부를 한국유방건강재단에 기부하고 있다. 이런 사회공헌활동은 꺼꾸로 기존 제품의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빙그레의 한 관계자는 "최근 설탕과 색소를 배제하고 고칼슘, 비타민D3, 초유 성분 등을 강화한 요플레 키즈를 출시했는데 기존의 브랜드 파워에다 사회공헌활동이 더 알려지면서 기왕이면 요플레 키즈를 사서 자녀들에게 먹이는 여성 고객도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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