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보름새 고객예탁금 2조 '쑥'… 낙폭 큰 대형주 길목 지켜라

코스피 1900선 회복

CMA 잔액도 49조 육박… 개미 증시로 돌아올 채비

PBR 1배 밑도는 은행·증권·자동차 등 관심가질만


최근 국내 증시를 짓누르던 대내외 불확실성의 다소나마 희석되자 코스피지수가 3일 연속 상승세를 타고 1,900선을 회복했다. 주식 투자를 위한 대기성 자금을 뜻하는 고객예탁금도 최근 보름도 안 돼 2조원 넘게 급증하면서 폭락장을 피해 잠시 떠나 있던 개인투자자들이 다시금 증시로 돌아올 채비를 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0.73%(13.91포인트) 오른 1,908.00에 거래를 마치며 지난 20일 이후 5거래일 만에 1,900선을 회복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장중 1% 넘게 오르며 단숨에 1,920선까지 치솟기도 했다. 외국인이 3,400억원 넘게 팔아치우며 16거래일 연속 매도행진을 이어갔지만 개인(1,909억원)과 기관(1,192억원)이 동반 순매수에 나서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코스닥지수도 전날보다 0.94%(6.27포인트) 오른 673.71에 장을 마감,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최근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 금리 인상 우려 등 'G2 리스크'에 더해 북한의 포격 도발이라는 대내 악재까지 겹치며 국내 증시가 패닉에 빠지자 보유주식을 내다 팔기에 급급했던 개인투자자는 현 주가수준이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밑돌 정도로 과도하게 저평가돼있다는 분석이 잇따르자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고 다시 주식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실제로 개인은 최근 4거래일간 유가증권시장에서 9,000억원 넘게 사들이며 기관(1조1,262억원)과 함께 외국인의 수급 공백을 메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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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예탁금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장내파생상품 거래예수금을 제외한 고객예탁금은 25일 22조2,90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이달 5일 20조2,142억원과 비교해 영업일 수 기준으로 보름도 안 돼 2조원 넘게 늘어난 수치다. 고객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겨놓았거나 주식을 판 뒤 찾지 않은 일종의 대기 자금이다. 대표적인 단기 투자처인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도 25일 기준 48조9,461억원으로 49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수가 큰 폭으로 떨어진 데다 약세장에 대한 우려가 과도한 측면이 있는 만큼 개인 투자자들이 기다리던 투자 기회가 왔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국내 증시가 쇼크 수준의 과매도 구간에서 벗어나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기업 가치에 비해 낙폭이 과대했던 종목들이 투자자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김용구 삼성증권(016360) 연구원은 "과거 매도 정점을 통과한 후에는 낙폭 과대주에 대한 투자가 집중됐던 만큼 미국과 중국 등 대외 변수의 불확실성이 다소 줄어든 틈을 타 그동안 지나치게 많이 하락한 종목 위주로 만회를 시도할 것"이라며 "기업 가치에 비해 주가가 싸면서도 실적 모멘텀이 뒷받침되는 대형주 위주로 접근하는 투자전략이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6일 종가 기준으로 PBR 추정이 가능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195곳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87개 종목이 PBR 1배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PBR 1배 미만은 현재의 주식가치가 기업의 청산가치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주가가 저평가돼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PBR 1배 미만 종목은 조선·철강·자동차·건설·은행·증권업종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었다.

전문가들은 주가가 현저히 저평가된 업종 가운데 환율 수혜와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가 예상되는 자동차, 양호한 실적에 배당 매력까지 돋보이는 은행, 증시 반등기의 직접적 수혜를 기대해볼 수 있는 증권 등을 유망종목으로 꼽았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닥시장은 여전히 실적 대비 밸류에이션이 높은 데다 신용잔고 부담까지 큰 만큼 최근 주가가 많이 떨어졌던 경기민감 대형주 위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며 "환율여건이 우호적이고 개별소비세 인하의 혜택을 볼 수 있는 자동차업종과 최근 지나치게 낙폭이 과대했던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업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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