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매매계약 위반의 '불가항력적인 사유'는 되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4부(부장 여훈구)는 전남 목포 소재의 K조선업체가 STX중공업㈜을 상대로 '계약 위반을 이유로 가져간 위약금 40억여원을 반환하라'며 제기한 계약금반환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K조선업체는 지난 2007년 7월 STX중공업과 벌크 캐리어(살물선)용 엔진 8기를 400억여원에 매수하기로 하고 1차 계약금 39억8,000만원, 2차 계약금 40억200만원을 납부키로 계약했다. 하지만 1차 계약금 40억여원은 두차례 지연 끝에 완납했으나 2차 계약금은 기한을 넘기면서 3차례에 걸쳐 20억여원 밖에 내지 못했다. K조선업체가 계약금으로 납부한 총액은 60억7,600만원으로 약속한 계약금에 20억여원이 모자랐다. STX중공업은 3차례에 걸친 납입 연장에도 불구하고 K조선업체가 밀린 계약금을 내지 못하자, 계약을 해지하고 당초 약정했던 400억원의 10%인 40억원을 위약금으로 공제했다. 이에 K조선업체는 "금융위기라는 불가항력적인 사유로 자금을 제때 납입하지 못했고, 설사 귀책사유가 있더라도 40억원이라는 거액의 손해배상액을 책정한 것은 과도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세계 경기 불황이라는 사정은 전쟁, 내란, 천재지변, 노사분규, 기타 예측할 수 없는 사고 등 매매계약이 정한 불가항력적인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단지 이 사정만으로는 계약해지의 귀책을 부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 사건 매매계약이 해제되기 전까지 STX중공업은 설계에 착수했을 뿐 제작은 하지 않았고, 설계비 명목으로 지출한 돈도 4,600만원에 불과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손해배상예정액 40억여원은 지나치게 과다하다"며 "손배예정액을 계약금의 70%로 제한하고, STX중공업 측이 이를 초과해 공제한 12억여원을 반환해야 한다"고 판시했다.